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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l 28. 2024

택배 배달 일지 시즌3 2화

구역 조정과 신뢰의 성장

황 기사는 최근 배송 구역이 줄어들어 배송 시간이 단축된 덕분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김 기사에게 넘겨준 구역은 아파트 배송 구역이 아닌 지번 지역으로,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이로 인해 황 기사는 유리한 구역 조정을 받은 셈이었다. 그러나 이는 육아로 인한 시간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 팀장도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황 기사의 육아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게다가 김 기사는 팀 내에서 배송 수량이 하위권이었기 때문에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박 팀장은 이번 구역 조정으로 김 기사의 구역이 너무 넓어지면 회사 차원에서 질타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중에 구역을 재조정할 때 김 기사가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을 염려한 것이다.


그래서 박 팀장은 황 기사와 김 기사를 불러 분명히 말했다. "현재 이 구역은 김 기사가 맡지만, 추후 구역 조정이 있을 경우 이 구역은 황 기사의 것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전체 구역을 조정할 때 아파트와 지번 배송의 비율을 맞출 수 있습니다."


황 기사와 김 기사는 박 팀장의 설명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이번 구역 조정은 일단락되었지만, 팀장과의 대화 후 황 기사가 김 기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박 팀장이 저렇게 구역 조정을 막는 건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이 아니야."


"그럼 무엇 때문인데?" 김 기사는 궁금증을 숨기지 못했다.


황 기사와 김 기사는 동갑내기였다. 황 기사는 택배 경력이 3년 이상이었고, 김 기사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이었다. 김 기사는 종종 황 기사의 조언을 받기에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이제 곧 박 팀장 구역에 건물이 완공되는데, 그때가 되면 자신의 구역을 조정하기 위해 미리 밑밥을 깔아놓는 거야. 자신의 구역을 일부 너에게 주고 자신은 밀집된 배송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지."


"아, 그렇구나. 그럼 그때가 되면 다시 되돌리려는 걸까?" 김 기사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굳이 너에게 넘긴 구역을 나한테 다시 오게 할 이유가 없잖아. 그렇게 따지면 원래 내가 배송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준 지번도 아직 내 구역이어야 하잖아?"


"그것도 그렇네." 김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가 택배 배송하기 가장 좋은 곳은 자신의 지역과 가장 인접한 지역이야. 멀리 떨어져 있는 아파트 지역 가봐야 효율도 안 나와. 나도 사실 육아만 아니면 내 구역 그냥 내가 할 거야.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까 넘기는 거지."


"그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어찌 되었든 난 현재 배송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필요해." 김 기사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래, 그럼 언제부터 넘길까?" 황 기사는 계획을 구체화하려 했다.


"그래도 전산 수정도 해야 하고 팀장도 윗선에 이야기해야 하니까 다음 달부터 하는 걸로 하자고." 김 기사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래, 그렇게 하자." 황 기사는 동의했다.


황 기사와 김 기사는 각자의 생각을 품은 채 지역 조정 합의를 마쳤다. 사실 김 기사는 한 수 더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앞으로의 먼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본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는 회사의 방향을 고려해 오히려 지번 지역을 받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김 기사가 황 기사의 구역을 받을 때 그 구역이 인접 지번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모두가 회피하는 지번을 김 기사는 오히려 잘되었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회사의 현재 상황 때문이었다. 회사는 현재 적자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어, 초소형 택배나 비닐 포장만으로 되어있는 택배를 배송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적자 폭이 메꿔지지 않는다면 결국 큰 택배에도 손을 대거나 계약 기사들의 물량을 빼앗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댈 곳이 대단지 아파트일 것이다. 이미 아파트 전담팀을 만든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의 수량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나중에 가서는 전체 구역을 가져갈 수도 있겠지만, 변동이 생기는데 시간이 걸리고 가장 마지막에 손을 댈 곳이라 판단했기에 김 기사는 오히려 만족스럽게 생각한 것이다. 요즘같이 초소형 택배를 직영 기사들이 배송하는 상황에서 아파트 배송을 간다고 해서 다수의 물량을 배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지번이 익숙해지면 모든 곳을 차량을 타고 배송할 수 있기에 더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김 기사는 본인의 소신을 가진 채 그의 구역을 받았다. 회사에서는 김 기사의 구역이 너무 넓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박 팀장이 황 기사의 육아 문제로 당분간 구역을 대신 배송해주기로 하면서 이를 납득시켰다.


김 기사는 구역 배정 후 배송을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왜 아파트 지역을 받지 않고 지번을 받았냐며 질책했지만, 김 기사는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실행했다.


그는 구역에 익숙해지기 위해 택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지리를 익혔다. 모르는 구역은 위성지도를 이용해 확인하고 도로명 주소와 지번을 꼼꼼히 확인했다. 고객과의 통화를 통해 다음 번에는 어디에 두고 가시면 된다는 정보를 알아내며 점차 배송 시간을 줄여 나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접 지역이지만 이 지번은 낙후된 빌라가 많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이 많은 번지였다. 말 그대로 인접 지역일 뿐 아주 큰 메리트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예상은 했지만, 당장의 수익이 필요한 김 기사였기에 불평할 때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 기사는 새로운 구역에 적응해 나갔다. 배송 물량이 늘어나면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김 기사의 배송 수량은 중위권까지 올라갔다. 사소한 변화 같지만 김 기사의 노력은 점차 신망을 얻어갔다.


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역은 가지 않고 좋은 곳만 배송하려던 황 기사는 입지가 좁아져만 갔다. 정리를 항상 일찍 끝내고 가는 황 기사에게 사람들이 장난스럽게 "할 만한가 보다"며 말을 걸었다.


배송 물량이 늘어난 탓인지 야위어만 가는 김 기사를 보며 다들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게 되었다.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과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만 찾는 사람의 대상이 김 기사와 황 기사가 된 것이다.


김 기사는 팀 내에서 제일 경력이 적었지만, 그의 성실한 모습은 그보다 두 달 먼저 들어온 박 기사를 변화시켰다. 김 기사는 박 기사에게 "너는 일은 잘하지만 말로 너무 많이 잃는다"고 조언했다.


그 후로 박 기사는 분실, 사고, 고객 클레임 건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이래저래 떠들지 않았다. 이전에는 고객의 험담을 하기 일쑤였지만, 김 기사의 말을 듣고 나서는 일체 꺼내지 않았다. 박 기사가 김 기사에 대한 시선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김 기사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른 팀에서 데려가려고 팀장과 대화가 오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택배 경력이 높은 자신을 데려가지 않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김 기사의 성실함을 알게 되면서 태도가 변했다. 그는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세심하게 일하며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데려가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 기사도 사람인지라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좋았지만, 너무 일에 매진하다 보니 몸 상태가 안 좋아진 것을 느꼈다. 그는 최근 들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식사량을 늘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또한, 너무 많은

일을 받지 않기로 정했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지키면서도 효율적으로 일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된 그 달의 배송 수량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었다.


그 달의 말, 김 기사는 배송 수량 보고서를 받았다. 결과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그의 성실함과 꾸준한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몸 상태도 점차 나아졌고, 김 기사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 기사는 자신의 방식대로 꾸준히 노력해 나갔고, 팀 내에서도 그의 성실함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반면 황 기사는 자신의 전략이 뜻대로 되지 않자 점점 더 불안해졌다.


각자의 방식대로 시간이 흘러갔다. 김 기사는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꾸준히 일했고, 그 성실함은 점차 성과로 나타났다. 황 기사는 여전히 효율성을 추구했지만, 점차 팀 내에서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과연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김 기사의 성실함이 지속될 수 있을까? 황 기사는 다시금 자신의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 각자의 생각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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