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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l 25. 2024

택배 배달 일지 시즌3 1화

"변화의 한가운데서"

프롤로그


2024년 초, 회사는 최근 몇 년간의 경영 악화로 인해 직영 기사들을 택배 배송 업무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계약 기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동안 회사는 계약 기사들의 헌신 덕분에 운영을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직영 기사들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통보문이 전달되었다.


"앞으로 직영 기사들의 배송물량 증가로 우리 계약 기사들의 물량이 줄어들 예정입니다. 그들의 행보에 우리가 따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여러분은 각자 도생하는 길을 찾아 투잡을 뛰던 옆 동료의 구역을 인계받아서 이 시기를 이겨내셔야 합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은 직영 기사들이 과연 얼마 동안 이 일을 버텨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7개월이 지난 지금, 그들은 놀랍게도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 이면에는 계약 기사들의 고통이 있었다. 직영 기사들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은 계약 기사들의 수익 악화로 이어졌고, 그 결과 많은 계약 기사들은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안정된 일상을 꿈꾸던 그들에게, 이번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 시련이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변화의 한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계약 기사들의 일상과 도전을 담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다시 일어서게 될지 그 여정을 써보려 한다.


현장


새벽 6시, 택배기사들은 자신들의 물량을 하달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새벽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던 그때, 평소 불만이 많던 황기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더러 굶어 죽으라는 소리죠. 직영 사원들은 배송하기 좋은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물건이 작고 가벼운 것만 배송하고, 우리는 무겁고 크고 배송하기 어려운 오지 같은 곳만 배달하라고 하니. 이렇게 내몰면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박기사는 한숨을 쉬며 동조했다. “그것도 문제지만, 회사가 어려워서 직영 배달로 돌리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계약 기사들끼리도 고참들이 좋은 구역을 다 선점해버리면, 저 같은 신입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고생만 해야 하는 거냐고요?”


팀장인 박팀장은 냉정하게 답했다. “그거야 미리 들어온 사람들이 오래 근무해서 만들어놓은 기반이니까 이해해야지. 그리고 너희도 나중에 좋은 구역을 선점하려면 지금을 잘해놔야 해. 그래야 너희도 나중에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리고 난 너희들이 지금 그 구역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겠어. 어차피 중간에 사람들 그만두면 구역 조정 다시 할 거야. 그때 싫어하는 구역을 조정하면 되잖아?”


황기사는 짜증을 내며 반박했다. “말이야 쉽죠, 팀장님. 지금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제라서 버티기가 힘들어요. 무거운 물건을 나르느라 허리도 아프고, 시간에 쫓기니 스트레스도 장난 아니에요.”


김기사는 고개를 흔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게 언제일지 알 수도 없고, 당장의 손해를 버텨내면서 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솔직히 중간에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오면 뿌리칠 자신 없어요.”


박팀장은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노조 측에서도 목소리를 낼 것 같긴 한데, 사실 직영 기사들이 자포자기하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야. 하지만 당분간은 버텨줘. 이건 우리 모두가 같이 겪는 문제니까.”


그 말을 끝으로 박팀장은 더는 이야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만을 하며 오늘도 남들보다 많은 수량을 가져갔다. 팀장이고 오래 근무한 경력으로 선점한 고참의 입장이기에 그렇다. 이런 그이기에 들어오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도 묻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역시 기존에 비하면 수량이 급감한 게 사실이다.


박팀장은 택배 상자를 정리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가장 불만이 많은 건 자신일지도 모른다. 대단지를 배송하기 때문에 조그만한 물건이 많고 비닐 위주의 초소형 물건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보다 2~30%는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는 이유는 여전히 팀 내에서 탑3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사들이 각자의 물량을 하달받고 자신의 차에 물건을 싣기 위해 자리로 물건을 가지고 이동했다. 그때 황기사가 김기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난 아무래도 내 구역을 줄여 배송 시간을 줄이고 집에서 육아를 해야만 할 것 같아. 와이프가 일자리를 새로 구했거든. 그래서 말인데 내 구역을 일부 너에게 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김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내 입장에서는 니 구역이 내 인접지역이고 가뜩이나 수량도 없는 상황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지. 난 좋아."


그 말에 황기사는 신이 난 듯 보였다. 그러더니 박팀장에게 조만간 이야기 후 구역 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구역 조정에 대해서는 회의에서 다시 이야기해보자.”


황기사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김기사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변화의 한가운데서도 그들은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계약 기사들의 분투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그들은 과연 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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