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분류장에서 오전 7시 반이면 배달 출발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물건을 싣고 오는 대형 차량의 도착 시간이 오전 10시에나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늦게 오는 이유는 토요일이기 때문에 분류를 하는 인원이 평일보다 적고 물량은 개천절로 인한 휴무로 인해 증가했기 때문이라 했다.
전산상으로나 유선상으로도 차량이 늦게 오니 가능한 회사 같이 토요 휴무를 하는 곳은 배송하지 말고 생물 위주의 긴급한 것을 배송하라고 지시 사항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지시 사항은 평소 토요일에도 행하던 일이라 사실상 큰 의미는 없었다. 차량이 늦게 오고 출발이 늦어질 듯하자 주변 동료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개천절이 껴있으면 당연히 물량이 증가하는 건데 그걸 알면서도 조치를 안 하다니 답답하네."
"회사에 예산이 없어서 분류 인원도 늘릴 수가 없나 보네."
"이렇게 늦게 나가면 오늘 저녁 12시가 되어도 배달 못할 것 같네."
"오늘 밥은 김밥이나 빵으로 떼워야겠네."
"아, 오늘 와이프가 2시간 정도밖에 못 도와주는데 큰일이네."
"이 회사는 망할 거야.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
늦은 출발로 인해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에 직면할 것을 생각하자 동료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오매불망 차가 오는 것을 기다릴 때면 다시 한번 감정이 차올랐다.
"차 정말 10시에 온대?"
"왜 늦게 오는 거야, 그래서?"
같은 질문만 수도 없이 해대고, 눈치껏 배송하기 어려운 지역은 다음 주로 넘기라는 둥 팀장의 달래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물건을 기다리는 고객의 전화가 빗발칠 것을 알기에 무턱대고 물건을 선별해서 배달을 안 할 수 없었다. 괜히 배달을 안 해서 항의 전화를 받느니, 그냥 늦게라도 배달하자고 생각할 때였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배달 물량이 일찍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수량은 400개에 근접했다. 평소 토요일에 250~300개를 했었으니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원래보다 빨리 나가도 일찍 끝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동료의 수량을 보면 대충 내 수량도 얼마쯤 오게 될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 나의 수량도 400개에 근접할 생각을 하니, 선배 동료처럼 배달할 물건을 선별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이렇게 다 받아가고는 오늘 저녁 12시에 끝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이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너무 장시간 배송을 하면 몸이 지친다. 끼니를 대충 떼우다 보니 몸에 힘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나 이틀을 쉬어도 몸이 제 컨디션을 회복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 몸의 컨디션보다 사람들은 배송을 다 하고 나서의 이후 스케줄을 걱정하는 듯했다. 오늘 몇 시에 끝나야만 와이프와 교대를 한다거나 어떤 일정들이 다들 있기에 한 걱정들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게는 이번 주에 특별한 일정이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걱정은 덜했다. 그렇기에 은연중에 자신의 구역을 누군가 해줬으면 하는 마음들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 또한 저녁 10시가 되어도 끝날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늦게 끝나는 것이 염려되어 가족이나 지인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차라리 일정 돈을 누군가에게 지급하고 빨리 일을 마치기를 원하지만 사람 구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또한 사람을 두고 일을 할 정도로 수익이 크지 않다. 수익이 있더라도 급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두들 개인 할 일이 있고 급구로 구하게 되면 내게는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해야만 하기에 그렇다.
또한 갑자기 사람을 부른다고 크게 도움되지도 않는다. 구역에 대해 잘 모르고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실수를 일으킬 확률이 크다. 베테랑들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사람은 초보들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안 부르는 게 나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 쉬고 싶은 토요일에 사람을 구하리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회사는 이러한 상황도 전혀 모른 채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물건을 넘기기 바쁘다. 평소에는 수익이 안 난다고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비닐이나 조그만한 물건을 모조리 배송하니 우리의 수익은 급격히 감소했다가 자기들이 쉴 때는 물량을 왕창 줘서 배송을 어렵게 만든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자신들은 배송이 어려우니 우리에게 물량을 넘긴다.
물론 배송의 어려움이야 타 택배사도 모두 겪는 일이라 크게 불만을 가지지는 않는다. 다만 치열한 택배 경쟁 상황 속에서 고질적으로 문제되는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은 채 매번 똑같이 운영된다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 넘어가는 걸로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해서 대처해야만 한다.
이제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 개념은 바뀔 때가 왔다. 우리는 공공기관이니까 당연하게 쉬는 개념으로 일하다가는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실무자들도 이 같은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