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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Sep 29. 2024

"누구의 책임인가? 택배 사고의 진실과 해결책"

"소통 부재가 낳은 갈등의 끝은?"

마침내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쌓여 있던 실장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 어느 정도는 이러한 일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한두 사람의 불만이 아닌, 3개 팀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불만 사항이다. 여태까지는 '괜찮아지겠지' 혹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식으로 지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아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모두가 단합해 상부에 보고까지 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실장의 그간 업무 행적과 태도를 봤을 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뿐이다.


내가 생각한 그의 행동 중 문제시되는 것은 소통의 부재이다. 우선 그는 사람들과 활발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물론, 하는 일 자체가 택배 분류를 하거나 짐을 싣는 일이 아니기에 얼굴을 마주할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무언가 지시사항이나 논의할 일이 있을 때, 카톡으로 단체 전달을 한다. 이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그의 말에 답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이미 그의 지시사항이나 전달 사항에 응답하는 것은 같은 팀원으로서 반하는 행위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장은 분명 택배 사고 건에 대해 전달하고 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건이란 언제나 기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기사가 변상을 해야만 하고, 실장과 얼굴을 붉힐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위치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기사의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다만 그 사고 건의 처리 과정이 일방적인 통보이거나, 같이 해결한다는 느낌이 나지 않아 성의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사고 건이 발생해 실장에게 연락이 왔을 때의 일이다. 실장은 일단 카톡을 보내고 나면 이후에 답장을 하지 않는다. 기사가 사고에 대해 인지하고 전화를 걸거나 카톡에 답장을 해도, 실장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답장을 한다. 바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기사에게 그렇게 행동하기에 기사들끼리 대화하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오후 3시는 자신의 휴게시간으로 보장된 시간이기 때문에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에 기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가끔은 해당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정말로 휴게시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답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사람 대 사람으로 일하는 곳이다. 아무리 그 사람이 엄청나게 바쁜 사람이라도,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대해 분노가 쌓이진 않는다. 그의 그간 행적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게 했기 때문이다.


결국 3개 팀을 대표하는 팀장이 상부에 보고를 했다. 상부에서는 그 같은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는 눈치였으며, 정확한 실태조사를 거친 후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팀장은 실장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을 하거나 더욱 윗선에 보고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며 강하게 의사 전달을 했다. 팀장이 이를 결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 참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1년 정도 일을 했는데, 이미 그때도 불만이 많았다. 이번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실장이라는 자리는 분명 기사들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만 하는 입장일 수 있다. 게다가 관리하는 기사 인원도 많기 때문에 실장도 나름대로 항변할 것이다. 규정과 원칙을 준수했고, 이를 설명해야만 하는 자리이며, 일부 특정 기사는 그에 대한 반감으로 그를 미워할 수도 있다. 사람은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하지만, 누군가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하기에 그렇다.


실장이 그 자리에서 기사들에게 사고 건에 대한 처리를 요구했고 책임을 지라고 말한 것은 분명 그의 역할이다. 상부에서도 그런 것을 하라고 그를 임명했고, 그가 규정을 준수하고 정에 이끌리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 믿기에 채용했을 것이다. 싫은 소리를 하고 책임지라고 말하는 이가 사라지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생각해봤다. 현재 실장뿐만 아니라, 이전 회사에서도 사고 담당자라는 사람들은 항상 스트레스에 직면해 있었다. 해결되지 않는 과제와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에 지쳤기 때문이다.


쿠팡이 기사들에게 사진 촬영을 강제하고, 다른 택배사도 이를 따라가려는 추세는 바로 이 사고 건 때문이다. 물건이 도대체 어디에 배송되었는지 알 수 없고, 이후에 사고 건으로 변질되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 보니 사고 담당자는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오게 되고, 더욱 원칙을 준수하며 기사들에게 선을 긋게 된다. 예를 들어 사전 문자 발송이나 연락을 했는지 등 전산상의 누락 건을 가지고 책임 공방을 하는 식이다.


어쨌든, 이처럼 누군가는 책임을 지게 하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실장과 크게 마찰을 빚은 적이 없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나는 배송 후 사진을 개별적으로 찍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주소가 잘못되어 오배달을 했더라도 사진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쿠팡이 사진 찍기를 도입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사진 찍기는 배송 시간을 지체하게 하며 귀찮다는 게 가장 크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고객도 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하면 고객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쿠팡이 이미 이러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불평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물론 오랜 시간 배달을 해온 경력자들은 그러한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못 받았다고 하는 경우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CCTV로 확인하면 되고, 비싼 물건일 경우에만 따로 사진 촬영을 한다는 식이다. 이미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최적화한 사람들이 많다. 오랜 시간 택배를 배송해온 사람들은 겉박스만 봐도 이게 비싼 물건인지 아닌지 거의 분간을 해낸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값싼 물건이라도 주소지 오류나 오배달로 사고가 생기면, 한 사람에게는 한두 건이라도 실장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피해로 돌아온다. 한 팀에 20명씩, 3팀만 해도 60명인데, 60건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떨까? 사고 사례는 갈수록 늘고, 해결되지 않으면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나의 편의로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고, 그 문제가 결국 서비스 지수로 이어진다. 쿠팡이 단기간에 택배 산업에서 급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요소가 분명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실장을 내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누구를 새로 앉히든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실장 교체에 그치지 않고, 조직 내 소통과 사고 처리 체계를 개선하여 기사들이 서로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또다시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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