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했다.
과도한 물량에 지친 동료 형님은, 곧 새로 입주가 시작될 구역 때문에라도 짐을 덜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나는 거절로 답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 역시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자면, 형님보다는 나은 입장인 건 사실이었다.
그 요청이 오기 직전, 다른 동료 형님이 먼저 말을 건넸다.
“그 형님이 구역 준다고 하면, 어떤 곳은 절대 받지 마라.”
배송하기 까다로운 구역이고,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형님의 구역에 지번이 거의 없는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그동안 지번 구역을 하나둘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아파트 위주의 구역만 남게 된 것이다
거의 20년에 가까운 택배 배달 생활 동안, 그는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며 효율 좋은 구역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주변에서는 ‘아파트만 배송한다면 그 정도야 해낼 수 있다’는 판단을 쉽게 내린다. 효율이 좋으니, 많은 물량도 소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효율이 좋아도, 물량이 과하면 결국 버거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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