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그레이 Sep 23. 2023

시부모님께 잘하는 건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야

잘하든 못하든 내가 널 사랑하는 건 변하지 않아

"다른 것 보다, 우리 부모님께 잘하는 모습에서 이 여자다 싶었어요."


배우자에게 반한 순간 또는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런 맥락으로 대답하는 남성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적이 있다.


동성 지인들 연애 기간이 조금 오래됐다 싶으면, 정식 혼담이 오가기 한참 전부터 남자친구 부모님의 경조사를 물심양면으로 챙기곤 했다.

(물론, 그러다 헤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아이러니는, 같은 이유로 남편을 정하는 여성은 많이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 역시도 배우자 선택 기준에 나의 부모나 가족이 포함됐던 적은 없다.



나랑 살 건데, 나한테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가부장 문화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어찌 됐건,

'시부모님께 잘하는 것'은 논쟁의 여지없는 '며느리로서의 덕목'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결혼 초기에는 '예쁨 받는 며느리'가 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를 썼더랬다.

시부모님께 지극정성을 다하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내 성격으로는 최선의 노력들이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제동을 걸었고,

나는 '(며느리가 돼서)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하냐!!'며 극렬히 반발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이 세계(?)를 너무 몰라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이 세상에 어느 남자가 자기 부모한테 잘하는 걸 싫어할까? 싶었다.





남편의 말을 귓등으로 흘린 채,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내 갈길을 고수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에게 말했다.


: 

"여보, 나는 (나름 애쓴거에 비해서) 그렇게 사랑받는 며느리는 아닌 것 같아"


남편 :

"근데, 왜 그렇게 엄마아빠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


나 :

 "아니, 시부모님께 잘하면 여보가 좋지 않아?" 

 (당연한거 아니야?)


그런데, 답답한 표정으로 되물은 내게 돌아온 남편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여보,

우리 부모님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여보가 부모님께 잘하려고 노력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게 만일 스트레스가 된다면 안해도 좋아.


왜냐하면, 설령 잘하지 않는다고해서

내가 여보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거든. 


우리 부모님께 잘하는 건 여보의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라는 뜻이야."









이전 12화 부부간 성향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