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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0 찍었지만, 여전한 반백수

프리랜서 5년 차, 장단점

by 미그레이

직업으로서의 프리랜서는 최고의 만족감과 최고의 불안감을 동시에 쥐고 사는 삶이다.


프리랜서로서 야생에 뛰어든 지 어느덧 5년 차가 되었다. 우선 스스로 기특한 부분은 '그래도 여전히 버티고 있다'는 거다.


이쯤 되면 어디 가서 '프리랜서 좀 해봤다'라는 말에 힘은 실릴 것 같다.

그래서 지난 4년을 복기하며, 프리랜서 전후로 달라진 생활과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혹시 지금 이 순간 프리랜서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작게나마 참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두절미 단점부터 말하겠다.


가장 큰 단점은 '불규칙한 수입'이다.

프리랜서의 일감은 정해진 대로 따박따박 주어지지 않는다.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프리랜서에게 '일감=수입'이다.

일의 양과 빈도수에 비례해 수입규모가 정해지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그야말로 'no money'이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앞서 벌어둔 돈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반백수의 삶을 살기도 한다.

때문에 운수 좋은 특정 달 혹은 몇 달 연달아 돈을 벌었다고 해도

그다음 몇 달은 일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번 돈을 흥청망청 쓸 수도 없다.

그래서 프리랜서의 수입은 '연단 위 평균'으로 생각해야 한다.

4년을 일했다면 연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수입 목표를 산정한 후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비수기를 대비해 절약하고 저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입이 없을 때 경제적으로 크게 허덕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단점은 첫 번째 단점과 연결된다. '불안감'이다.

직장생활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예측가능성'에 있다.


주말 뒤 월요일에 반드시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매월 마지막 주면 일정 금액의 보수가 반. 드. 시 입금된다는 것.

성실하기만 해도 대리에서 과장, 과장에서 차장,부장으로 진급할 것이라는 100%에 가까운 확신.

이 점이 지난 두 어달 치 월급을 통째로 해외여행이나 부모님 효도 관광, 설령 사치품 구매에 썼다 해도 일가족에게 큰 위기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왜? 돈은 또 입금될 거니까.


하지만 프리랜서의 삶은 이와 정반대 되는 '예측불가능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 당장 일을 하고 있어도 다음 일거리가 미정인 것에 대한 불안감

올 한 해 꽤 선방했어도 과연 내년에도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인가에 대한 걱정과 우려

결국 먹고살 일에 대한 고민은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을 괴롭힌다.


심리적 불안감은 프리랜서의 숙명인 것이다.





자, 예방주사가 따끔했다면 이제는 포도당 수액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라고, 프리랜서의 가장 좋은 점은 '수입의 유리 천장이 없다'는 거다.

특정 업직종을 제외하고는 직장인 월급 '1천만 원'은 여전히 대다수에게는 꿈의 숫자에 가깝다.

성과를 냈다고 해서 월급이 즉시 오르지도 않지만 반면에 성과가 없었다고 해서 월급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프리랜서는 자기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내가 나를 갈아 넣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면 그에 따른 결실도 오롯이 본인 몫이 된다.

지저분하게 차 떼고 포떼고가 없다.

(물론 부가세 10%가 세상 아까울 때도 있지만 원래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미련을 버려야 한다.)


월 천만 원이 통장에 찍혔을 때의 얼떨떨했던 기분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게 되네?' (요즘 이 표현 많이 쓴다 ㅋ)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기대해 본 적이 없는 액수였다.

심지어 프리랜서를 시작할 때조차 큰돈을 벌기보다는

최소한 밥벌이만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한번 그 천장을 뚫고 나니 눈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했다.

직장인으로서 불가능한 목표가 프리랜서로서 된다는 걸 체감하고 나니

일이 잘 안 풀리면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는 어쭙잖은 미련 따위는 개나 줘버리게 된 것이다.

자기 한계를 넘어본다는 것이 이렇게나 사람의 멘털 강성을 높인다.


두 번째는 시간적 자유이다.

나는 24시간을 오롯이 내 마음 내키는대로 쓸 수 있다.

이 점은 직장생활만 해 본 사람들에게는 쉽게 와닿기 어렵다.

직장 출근도 자유의지로 9-6 일하고, 그 이외의 시간은 충분한 자유를 누리며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구속받는 시간의 유무'이다.

직장인은 9-6의 법정 근로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거나, 조정할 수 없다.

주말에 출근하고 평일에 쉴 수도 없다.

죽어도 일하기 싫은 날도, 눈비가 쏟아져 교통 체증이 심한 날도, 국가적 혼란이 있는 날도

일단은 출근 도장을 찍은 후 나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 상태에 두어야 한다.


프리랜서에게 시간은 계약서 상의 'X 비용'과 직결된다.

따라서 얼마큼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5:5의 비율로 의뢰인과의 합의점을 찾아 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의 개인적인 일정은 물론 '일할 기분이나 컨디션'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일이 없는 기간의 시간 활용도 자기 성장과 계발을 위해 쓰임새가 아주 다양하다.

이를테면 최근에 시작해서 큰 효과를 본 PT(퍼스널 트레이닝)만 해도 그렇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PT 기간 동안에는 철저하게 운동과 식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직장인이었다면 정해진 일정을 지키는 것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단백질과 식이섬유 중심의 맛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건 실천이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못다 한 독서, 글쓰기, 관련 교육 수강 및 자격증 취득, 강의자료 업데이트 등을 통해 내 커리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업무 내외적으로 자기 성찰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다음 강의 자료에 이 데이터를 포함시켜야겠다', '그때 학생한테 이런 코칭을 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었겠다',

와 같은 반성의 시간은 한 개인으로서의 나 자신을 내외적으로 발전시킨다.

(물론 각종 의미 부여는 했지만, 이 기간에 수입이 없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상기하자. ㅋ)




결론적으로 '최고의 만족감'과 '최고의 불안감'이라는 공을 양손에 쥔 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해야 하는 삶이 프리랜서이다.

그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현재까지 내가 찾은 유일한 방법은 '자기 확신'뿐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잘 되어가고 있고, 반드시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나 자신을 도닥이고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마음.

부모로서의 내가, 자식으로서의 나를 키워내는 것이다.

이거 하나면 그럭저럭 불안한 시기도 잘 보내진다.


가끔씩은 밀려오는 막막함과 두려움,

또 가끔씩은 이만하면 썩 괜찮은 것 같은

돌고도는 생각의 굴레에서 귀결되는 한 가지 믿음은

'나는 아직도 성장 중' 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 나의 성장 시계는 분주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몇 년이 지금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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