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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의 맛

PT 2개월 차, 이게 되네?

by 미그레이

미루고 미루고 미뤘던 운동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2개월째 주 2회 PT를 받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다.

만족감이 큰 만큼 '이 좋은 걸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후회만 남는다.


하지만 무엇이든 '각자만의 때'가 있는 법이니까

나에게 운동은 마흔 중반이 된 지금이 '적기'인지도 모르겠다.


역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필요성'에 대한 자각이었다.

체중관리를 위해 준비해 뒀던 체중계는 정작 청바지 단추가 타이트하게 잠기는 걸 눈치챈 순간

남편방 선반 구석으로 자리가 옮겨졌다.

체중계를 눈 밖에 두는 것으로 현실을 애써 부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활동이 조금 힘들긴 해도 잠기긴 잠기니까..'로 위안 삼으며...


자기 최면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떻게 입어도 옷태가 나지 않는 게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 빼자'


변화를 위해서는 '현실 직시'가 최우선이었다.




다소 충격적인 인바디 검사 결과지가 눈앞에 놓였다.

체중과 체지방량 사이로 골격근량이 푹 꺼져있는 전형적인 C자형 그래프였다.


굳은살이 가득한 트레이너 선생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체중감량'과 '근력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PT비용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다행히 가족 몇몇의 긍정적인 후기 덕분에 100% 믿어보기로 했다.

돈으로 환산 불가한 '건강'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왕 하는 거 남편도 동참시켰다.

같이 건강해져야지~


식단관리를 위해 냉장고 쇼핑 목록을 전면 개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잦은 외식으로 냉장고 용량은 늘 3분의 2 이상 텅텅 비어있었지만

어느새 닭가슴살, 양배추, 방울토마토, 통밀빵과 같은 고단백 저지방의 낯선 식재료로

가득 채워졌다.





첫 PT는 기본적인 스쾃와 스트레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생각보다 힘도 들지 않고, 땀도 거의 흘리지 않았다.

'너무 약한 거 아니야?' 라며 효과성에 대한 의심병이 올라오려는 순간,


"아마 내일부터 며칠간 많이 힘드실 거예요"


라는 트레이너 선생님의 젠틀한 경고가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사타구니와 고관절 근육이 얼마나 놀랐던지 첫 PT이후 3일간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을 정도였다. (반면에 팔 운동에 집중한 남편은 팔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ㅋ)


그런데 이 신체적 고통이 아이러니하게도 반가웠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운동효과'라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통 없는 성장을 믿지 않는다.




PT회차가 거듭될수록 내 몸에서 쓰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다양한 근육의 존재를 느끼고 있다.


맨몸 운동의 대표 격인 스쾃 동작에서도 복부, 햄스트링, 고관절, 엉덩이 등의 다양한 부위의

근육이 쓰였다. 쇼츠에서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세상 쉬운 운동 같았는데 막상 제대로 하려고 하니

여간 힘든 운동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따라 하려고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이 과정에서 PT효과를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를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복압과 자세

복부 압력, 즉 배에 힘을 주는 걸 의미한다.

그 상태에서 척추는 세우고, 어깨는 내린다. 그러면 허리는 자연스럽게 아치형이 만들어진다.

이 자세가 모든 운동의 기본자세로서 몸의 중심을 단단히 고정하여 자세를 정렬하고,

무게 운동 시 허리, 척추 부상을 예방해 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2. 호흡

적응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근육에 힘이 들어갈 때 숨을 뱉고, 근육이 이완될 때 숨을 들이마신다'로

무게를 들어 올릴 때 날숨을 하게 되면 복압이 증가하면서 척추와 관절을 보호할 수 있고,

산소 공급이 원활해져 운동 지속력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막상 내 몸에 적용해 보니 엇박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3. 세트 반복

운동효과는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고 수준'까지 도달해야 생긴다.

대개 같은 동작을 15회씩 3세트 또는 4세트를 반복하는 이유다.

솔직히 한 두 세트만 해도 이미 몸에서는 강력한 저항 반응이 생기고 '그만하고 쉬자'는 시그널을 보낸다.

그 상태에서 PT선생님의 우렁찬 호령에 따라 '한 번 더!!'를 해내는 순간 '으악~~'하는 신음과 함께

내 몸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느낌을 받는다. 고통스럽지만 내 몸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4. 복습 운동

PT의 다른 목적 중의 하나는 나중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올바른 운동법을 익히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PT시간 이외에 최소 1~2번 정도의 복습 운동이 필요하다.

수업 때 배운 내용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어서 혼자 운동할 때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


5. 식단

마지막으로 식단이다.

위의 1~4가 완벽해도 균형 잡힌 식단이 따라와 주지 않으면 체지방은 줄지 않고, 근육도 쉽게 생성되지 않는다. 정제 탄수화물이 주를 이루었던 식단을 전면 개편했다. 매 끼니 의무적으로 적정량의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탄수화물은 잡곡밥 또는 통밀, 호밀빵 등의 비정제 탄수화물로 대체했다.




그렇게 PT 8주 차, 인바디 중간 점검 결과가 나왔다.


체중은 2kg , 체지방량은 4kg 감량했으며, 근력량은 반대로 2kg 증가했다.

C자형 그래프가 I자형 그래프로 보기 좋게 모양새가 바뀌었다.

허리 사이즈도 1.5인치가 줄었다.

모든 수치가 '표준' 범위 안에 예쁘게 점 찍혔다.


'이게 되네???'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내 평생 처음 느껴보는 '신체적인' 변화였다.

믿을 것 없는 세상에서 내 몸이라도 이렇게 정직하게 변화해 주니 기특할 따름이다.


물론 끝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운동의 맛을 봤으니, 어지간해서는 끊기 어렵겠다 싶다.


여전히 밤이 되면 주린 배를 부여잡고

'꼬르륵' 소리 한 번에 100g 감량이라는 모델 한혜진의 명언(?)을 곱씹으며,

잠들 때까지 다음날 아침 눈뜨자마자 먹을 메뉴를 시뮬레이션하고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어떤 메뉴를 먹을지 벌써부터 리스트를 정리하는 애처로운 상황에 있지만

이 또한 나의 무병장수를 위해 기꺼이 적응해야 할 몫이 아닐까.


운동, 이제야 비로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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