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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Oct 01. 2021

아이 키우는 기쁨

소소한 행복

아이들을 키우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지 오래지 않다. 첫째아이를 홀로 키웠을 땐 의무라고 생각하면서 한 생명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데 급급했다. 둘쨰, 셋째가 태어나면서 이들이 나에게 주는 재미와 사랑스러움은 어떤 말로도 완벽하게 형언할 수가 없다. 오늘은 그 즐거움과 사랑스러움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한글자 적어야겠다. 아이들에게는 아픔일 수 있고 좌절일 수 있는 사건들이 나에게는 왜이렇게도 그들이 귀엽게 느껴지고 또 재미난 것일까. 


#막내의 자전거

아침엔 나의 자전거 라이딩을 마치고 나면 3살 셋째의 자전거 라이딩 시간을 갖곤 한다. 다리힘을 길러주려고 산 자전건데 너무나도 신이 나서 타는 걸 보고 정말 잘 샀다고 생각이 든다. 오늘은 2주 만에 막내의 라이딩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신이 난 막내의 뒤를 정신없이 쫓아다니고 주의가 필요한 순간에는 먼저 내가 앞서서 가기도 했다. 그러다 한순간 전화벨이 울려 핸드폰을 찾던 중 눈 앞에 주차된 자동차에 가로막혀 막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두둥...2초도 지나지 않아 막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한번도 실수한 적 없고 위험한 순간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다. 부리나케 막내를 향해 뛰어갖고 땅바닥에 엎드려서 통곡을 하는 막내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순간 나는 미안하게도 웃음이 터졌다. 


하필이면 넘어져도 저렇게 대자로 엎어질게 머람. '그대로 멈춰라'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얼굴도 들지 않고 울어대는 막내가 너무 귀여웠다. 본인은 너무 아플텐데 엄마인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웃고 있을순 없었다. 곧바로 앞니는 괜찮은지 확인을 하고 어딜 다쳤는지 순식간에 아이의 상태를 살펴봤다. 막내는 다행히 아무이상이 없었지만 코랑 윗입술이 부딪혔는지 굉장히 고통을 호소했다. 잠깐 웃니라 정신없던 내 자신이 너무 막내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너무 귀여운 나의 막내. 다행히 심하게 다치지 않았고 곧장 집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참고 그림. by 나떨림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첫째와 둘째

첫째 딸이 9살, 둘째 아들이 5살로 터울이 4살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케미가 너무 좋다. 둘째가 누나를 보며 자란 덕분인지 뭐든지 또래보다 빨랐다. 그래서 항상 집에서 시간이 나면 누나와 함께 꽁냥꽁냥 잘 논다. 둘째는 때로는 날보고 '누나'라고 부르다가 '아니아니 엄마'라고 애기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누나에게 '엄마'라고 부른 적은 없다. 흠... 오늘도 어김업이 둘이서 별것도 아닌 걸로 웃고 떠들고 싸우고 화해하다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잠들기 전 첫째가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둘째도 화장실을 가겠다고 서로 '화장실 먼저가기' 레이스를 펼쳤다. 체구가 작은 둘째가 잽싸게 화장실에 들어갔고 첫째는 맨땅에 헤딩을 하며 전력질주를 했지만 둘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했다.(둘쨰가 첫째를 이기는 일은 드물다) 그리고 심술이 난 첫째는 둘째 뒤에서 계속 뭐라뭐라 승질을 부리고 악~악~거리며 심통을 드러냈다. 볼일을 마친 둘쨰는 "아이 시끄러워"라며 첫째를 무시하고 침대로 들어오는데...난 그 장면이 왜이리 웃기는 것일까. 맨땅에 헤딩을 해놓고도 아프단 소리를 안하는 첫째에게 '괜찮냐'고 여러번 물었지만 첫째는 먼저 화장실에 못간게 그렇게 분통이 터지나보더라. 한참을 그렇게 웃어댔는데 애들은 웃는 나를 보면서 자신들도 영문도 모른채 깔깔대면 웃었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들은 참 좋아하더라)

by 나떨림


이처럼 요즘엔 별것도 아닌 이벤트인데도 그냥 즐겁고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 '아이들을 키우는 맛이 이런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숨쉬는 생명체'로 단순하게 보이는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갖고 그 생각을 표현할 줄 알고 스스로 배우고 인지하며 성장하는 아름다운 존재임을 깨달았다. 그 과정 속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미네랄이 가득한 물같은 존재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부쩍하게 된다. 


덧붙이는 말

갑자기 1년 전 봤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생각났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영화는 주이공 아이의 '기쁨, 슬픔, 두려움 등의 감정들이 의인화 되어 주인공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는 아이들의 감정도 어른처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이들의 감정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닫게 해준다. 아이를 키운다면 한 번쯤 보면 참 좋은 그런 영화다. 영화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게 너무 아쉽다. 조만간 우리 아이들과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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