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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Oct 18. 2021

서로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는

모두 소중한 존재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지난 17일 16회를 마지막으로 그 막을 내렸다. 강원도 공진이라는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사연있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전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 서울에서 잘나가는 젊은이들이 공진에서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드라마라고 나는 정의내렸다.


16화 마지막장면에서 어린나이에 부모없이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할아버지 마저 하늘로 보내고 홀로 남은 남주인공(홍반장, 홍두식)을 따뜻하게 보살핀 할머니이자 어머니(극중이름 감리씨)가 돌아가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 적힌 글귀가 너무 와닿았다.


내가 해줄 게 밥밖에 없었싸
그 밥 먹고 키가 크다맣게 됐으니
그기 얼마나 기특했나 몰라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된 홍반장을 따듯하게 보살펴준 감리씨는 사회에서 상처받고 돌아온 홍반장을 다시금 보듬어준다. 그리고 공진에서 한평생 살아온 감리씨는 서울로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지만 그 허전함을 홍반장이 대신 채워줌으로써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된다.


이 두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공생관계다.


갯마을 차차차를 마지막으로 보면서 고등학생 시절 수능공부하면서 숱하게 읽었던 '수난이대'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소설 '수난이대' 중


일제강점기에 징용에 끌려가 팔 하나를 잃은 아버지 만도는 전쟁에 나간 아들 진수가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아들을 마중나간다. 만도 눈 앞에 나타난 진수는 다리 하나를 잃은 모습이었고 속이 상한 그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래가지고 나 우째 살까 싶습니더"

"우째 살긴 뭘 우째 살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나봐라, 팔뚝이 하나 없이도 잘만 안 사나. 남 봄에 좀 덜 좋아서 그렇지. 살기사 왜 못 살아."

"차라리 아부지같이 팔이 하나 없는 편이 낫겠어예. 다리가 없어 노니 첫째 걸어댕기기에 불편해서 똑 죽겠심더."

"야야, 안 그렇다. 걸어댕기기만 하면 뭐하노. 손을 지대로 놀려야 일이 뜻대로 되지. 그러니까 집에 앉아서 할 일은 니가 하고 나댕기메 할 일은 내가 하고 그라면 안되겠나, 그제?"


개천 둑에 이르렀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그 시냇물이다.

"진수야 그만두고 자아 업자"

들고 있던 고등어는 진수에게 건넸고  만도는 등어리를 아들 앞으로 갖다 대고 하나밖에 없는 팔을 뒤로 내밀었다.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아버지의 등어리로 가서 슬그머니 업혔다. 만도는 팔뚝을 뒤로 돌려서 아들의 하나뿐인 다리를 안았다.


외나무다리 위로 조심조심 발을 내디디며 만도는 속으로 '이제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벌써 이게 무슨 꼴이고. 세상을 잘못 만나서 진수 니 신세도 참 똥이다 똥'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고 아버지의 등에 업힌 진수는 '나꺼정 이렇게 되다니 아부지도 참 복도 더럽게 없지. 차라리 내가 죽업렸더라면 나았을 낀데'하고 중얼 거렸다.



작품 속 시련을 간직한 이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됨으로써 그들의 상처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치유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마치 '갯마을 차차차'의 감리씨와 홍반장의 모습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다느꼈다. 이처럼 우리의 삶속에서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삶의 동기를 부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관계가 어렵지 않게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누군가에 의해 내 삶이 좀더 충만해지고 완성되는 것을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된다.


어떻게 보면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등 그들의 존재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됨으로써 삶의 이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삶의 행복과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몇 백 만원의 몇 천 만원의 돈이 아니어도 된다. 그저 '밥 한 끼' 주는 것만큼 큰 사랑은 없다. 때때로 삶이 지치고 힘들때 내 곁을 지켜주고 나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를 다시금 깨달으며 삶의 힘듦을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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