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신호가 켜지면, 앞을 향해야 합니다. 빛은 등 뒤에 남겠죠. 삶의 정체기라는 말에 어떤 신호가 있을 거라고. 파란 불에 같이 가자는 당신의 위로가 좋았습니다. 한동안 당신의 넓고 크고, 때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계를 부유하면서. 그 안에서 웃고, 울고. 길을 잃어 외롭고, 다시 만나 기뻤던 시간들을 반복하면서 알았습니다. 내겐 당신이 그 빛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뒤로 밀어내고서야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필경 당신이 '과거'가 되고 난 후에야, 내게 새로운 '시작'이 오게 된다는 것을.
202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