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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Mar 26. 2022

진실은 늘 그 너머에

눈을 뜨니 어두운 아침이다. 밖에는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어서 사실 몇 시인지 제대로 가늠이 되질 않았다. 늦은 오전에 좁은 집을 청소하고, 가족사진 앨범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정오를 넘어간다. 두터운 커튼을 내린 듯 한낮의 어둠에 내내 익숙해져 있다가 순간 불은 켠 듯 환해지는 주변에 어리둥절해진다. 베란다 창밖을 내다본다. 구름이 지나간 자리에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한낮의 명료함을 처음 본 사람처럼 멍하니 있다가, 몇 초가 흐른 뒤에야 아, 이게 원래 낮의 모습이었지... 를 낮게 되뇐다. 수개월 전 누군가 전해준 영화 속 메시지도 뇌리에 켜진다. 구름이 끼면 하늘이 회색이라고 생각하지. 하늘은 파랗잖아. 실제로는 계속 파란데도 말이야. 달라진 건 없어. 네 감정이 바로 그 구름 같은 거야. 그냥 회색 구름이 지나가는 것뿐이야. 파란 하늘은 현실이고.


구름은 잠깐 태양 빛에 길을 내주었다가, 다시 하늘을 덮었다. 내 세상도 다시 어두컴컴하다. 그렇지만 왜인지, 마음은 이전 같지 않다. 어쩐지 세상이 깊이 가라앉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닐 때도 있다. 때때로 모든게 그림자 안에 갇힌 것처럼 보인다 해도, 진실은 늘 그 너머에 있고 그래서 더 가치 있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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