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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10. 2020

[오늘을 남기다] 엄마 눈에 비치는 세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다. 그나마 조심스럽게 재기했던 일들이 다시 멈췄다.

아이들의 학원도 멈췄고, 학교는 일주일에 두 번만 간다.

2020년은 마지막까지 멈췄다 움직였다를 반복하고 있다.


외부활동을 못하게 되면 오롯이 내게로 주어지는 시간이 귀해진다.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다시 사부작 꺼내서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밥 차려주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앉아서 이모티콘을 그렸다. 또 만화책도 보고, 동화책도 보고, 잡지책도 봐가며 이것저것 메모도 한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큰아들이 말했다.

“엄마가 돼보고 싶다.”

“왜?”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책만 보고 있는 엄마가 엄청 부럽다는 눈치다.


“엄마가 보는 세상은 어떤지 궁금해서.”


‘엄마가 보는 세상?’무슨 의도로 묻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네가 보는 세상은 어떤데?”


“내가 사는 세상은 평범한데,

 엄마가 사는 세상은 좀 다른 거 같아서. 엄만 세상이 다 만화처럼 보여?”


“만화? 엄마가 맨날 이런 것만 그리고 있어서 그래?”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게 내가 보는 세상은 어떻지?

깊이 생각하는 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거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사는 거?

아이의 깊은 질문에 비해 내 생각이 너무 얕은 것 같아서 대답해 주지 못했다.


그때, 둘째 녀석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아하’ 하며 다가왔다

“비밀은 바로 엄마 안경인 거 같아.

저 안경을 쓰면 세상이 다 만화로 보이는 거지.

엄마 나 둘리로 보이지?”


“ 아닌데, 희동이로 보이는데.”

“그럼 나는?”

“예준인 도우너네.”


“뭐야 엄마가 주인공 하려고!”


둘째 아이의 엉뚱한 말에 무한 상상을 하며 한바탕 웃었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이 시기가 답답하고 힘든 건 맞다.

그래도 아이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해가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중에, 나중에 오늘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웃을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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