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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Dec 11. 2020

[오늘을 남기다] 도대체 커피믹스에 무얼 넣었나


아이들이 학교 가고 혼자 남겨진 집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널브러진 옷들도 그대로 두고 주전자에 물부터 올렸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푸는 커피믹스의 향이 달다.
몸속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달콤함이 세포를 깨운다.
달달한 찐득함이 한동안 입안에서 머문다.  
 봉지에 100원도  되는 커피  잔이  머리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커피믹스는 달지 않다.
설탕을  것도 아닌데, 프리마를  것도 아닌데, 달지 않다.
도대체 뭐가 빠진 걸까?
, 빠진  아니다. 뭐가  들어간 거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일주일에   등교, 온라인 수업, 학원 정지, 마스크, 삼시 세끼.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옷을 챙겨입는다.     
엄마 잠깐만 나갔다 올게.

라떼   주세요.   
 잔에 4500 하는 달콤 쌉싸름한 커피가 잔잔한 음악 선율을 타고 목구멍을 내려간다.
커다란 통창을 뚫고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이 커피가 머무는 곳을 어루만진다.  
비로소 느껴진다.

달다.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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