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같이 봐야 더 좋다.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일기예보를 따로 검색해보지 않으면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아침에 눈 떴을 때 밤사이 내린 눈은 깜짝 선물 같다.
“여보 눈 왔네. 봐봐.”
나는 신이나 남편을 불렀다.
“어, 그러네, 아휴, 오늘도 차 막히겠다.”
출근을 해야 하는 남편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갇혀 지내야 하는 나는
하얗게 바뀌어 버린 바깥세상이 마냥 예쁘고 반가웠다.
그런데 저 눈을 밟고 조심조심 긴장하며
출근 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 남편에겐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아, 그러게. 얼른 씻고 와요. 괜히 늦게 나가서 조급하게 운전하지 말고.”
예쁜 것보다는 안전이 우선이지.
눈을 즐기는 건 뒤로 미루고, 서둘러 아침을 차렸다.
남편이 출근하고 다시 창문에 붙어 찬찬히 눈을 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깨웠다.
“얘들아, 눈 왔어. 얼른 일어나.”
둘째가 눈을 비비며 내 곁으로 와서 창문에 두 손바닥 도장을 찍었다.
“우와, 진짜네. 형! 일어나. 진짜 눈 왔어.”
그제야 첫째 아이도 나와서 창문에 매달린다.
우린 사부작사부작 조용히 내리는 눈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비 내리는 건 혼자 보는 게 좋고,
눈 내리는 건 왠지 누군가와 같이 봐야 더 좋다.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