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Mar 03. 2021

[오늘을 남기다] 봄이 것만.

주말에 남편하고 운동삼아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처음 한 바퀴는 밀린 수다를 떨면서 잰걸음으로 돌았다. 그렇게 두 바퀴도 채 못 돌고 숨을 헐떡였다. 숨을 고르며 걸음 속도를 늦추었다.

그제야 매화나무에 활짝 피어 매달린 꽃이 보였다.

어찌나 반가운지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쳐다보며 눈에도 담고, 핸드폰에도 담았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렸던 겨울이라 힘들었겠 것만, 너는 그 속에서 네 할 일을 하고 있었구나. 참 반갑고 기특했다.

“진짜 봄이네.

 운동만 한답시고 앞만 보고 걸었으면 어쩔 뻔했누. 꽃이 핀지도 모를 뻔했네.

 역시 사람은  옆도 보고, 뒤도 한 번 돌아보면서 천천히 걸어야 해.”

남편 걸음을 따라가기 버거워 남편 손을 잡아끌어 내 걸음에 맞췄다.


어제는 하루 종일 봄비가 내렸다.

매화가 피고

봄비가 얼었던 땅을 녹이며

3월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다시 겨울이다.

지붕 위로, 나뭇가지 위로 하얗게 눈이 덮여있다. 혹시 잘못 봤나 싶어 눈을 씻고 봐도 눈이다.

신문을 가지고 들어와 펼쳐보니, 1면에 ‘강원도 폭설’이 실렸다.

오늘부터 학교에 가는 아들은 하느님이 개학을 위로하려고 마지막으로 살짝 뿌려주신 거 같다며 좋아한다.


나는 창문에 매달려 매화나무를 찾았다.

꽃도 가지도 하얗게 덮였겠지. 누가 재촉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일찍 피었을까. 천천히 이 눈이라도 가시면 피지.......

안쓰러웠다.

그래도 매화는 또 꿋꿋이 인내하고 있겠지.......


2021.3.3


 





    


  

작가의 이전글 [오늘을 남기다] 진정한 내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