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수술한 지 한 달하고 딱 이틀이 되는 날이다. 이제 자전거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챙겨 나왔다.
밖에 한 달 넘게 세워져 있던 자전거는 온몸이 노리끼리하게 변해있었다. 범인은 송화가루. 딱 버려진 자전거 같았다. 물티슈로 대충 닦고 바구니에 책을 실었다. 이런, 바퀴에 바람도 다 도망가 버렸다. 주인이 찾아 주지 않았다고 삐진 티를 팍팍 내고 있구나. 에휴. 단지 안에 비치된 공기 주입기를 찾아 바퀴를 부풀렸다. 이제 됐다.
안장에 올라탔다. 토라진 자전거를 살살 달래면 천천히 페달을 굴렸다. 역시 함께 보낸 시간이 꽤 길었으니 이 정도 공백쯤이야. 자전건 금세 풀어졌다.
우린 한 몸이 되어 내리막을 즐겼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햇볕은 뜨거웠지만, 시원한 바람이 우리 몸에 닿으며 부서졌다. 이 맛에 자전거를 탄다. 물론 이 길을 돌아갈 때는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이렇게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나 둘 다시 할 수 있음에, 역시 시간 만한 약이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