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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n 16. 2021

[오늘을 남기다] 동상이몽

아침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쩜 그리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이 말갛게  펼쳐졌는지.

마치 가을 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

“얘들아, 어서 하늘 좀 봐봐.”

혼자 보기가 아까워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거실 창문을 활짝 열며 다시 한번 말했다.


“어때? 이쁘지? 어쩜 저리 파랄까?”

혼자 신이 나서 말했다.

“응, 그러네요. 파랗네.”

드러누워 있던 큰아들이 팔베개를 잠시 풀고 허리만 살짝 일으키며 말했다.


둘째는 누워서 아예 일어나지도 않는다. 눈만 힐긋하고 올라다 보더니 한 마디 한다.

“텅 비었고만.”


“……. “

창문을 닫았다.


‘말랑한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뭐이리 딱딱해, 흥.’

감상은 강요할 수 없으니

그냥 혼자 즐기는 걸로,

내 눈에만 이쁜 하늘인 걸로 해야겠다.


202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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