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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01. 2021

[오늘을 남기다] 제 잘못이 아니거늘...

9월 마지막 날이다.

어제 내린 비로 나뭇잎에 빗방울이 맺히고, 촉촉이 젖어있었다.

비 온 뒤, 빗물에 흠뻑 젖은 나무와 흙이 숨 쉬며 뿜어 내는 짙은 향기가 몸을 한결 더 상쾌하게 했다.


깨끗한 공기와 말갛게 씻겨진 나뭇잎들이 이뻐 자꾸 발을 멈췄다.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해 잘은 못 찍지만,

내 눈에 예뻐 보이는 대로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본다.

매일 하나 둘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가을이구나.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아, 가을이다.’ 중얼거리며 걸었다.

하도 가을 타령을 해서 그런가 어째 단풍이 물드는 속도가 느린 것 같았다.

어제도 저쪽 부분만 빨갛었는데, 여전히 저기만…

“오랜만에 나와봤는데 여전히 그타령이냐”는 식으로 단풍을 게으름뱅이 취급을 해버렸다.

매일 나가서 확인하면서 말이다. 머쓱해서 혼자 웃었다.

그래 천천히 쉬엄쉬엄 물들어라…

빨리 물들면 빨리 떨어지기밖에 더 하겠니…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신문을 읽는데

단풍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중앙일보 / 오피니언/ 분수대 란에 “지각 단풍”이라는 기사였다.

기사를 요약하면 이랬다.


단풍이 드는 시기는 지역과 나무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나무 또는 숲을 기준으로 전체 나뭇잎의 20% 정도가 울긋불긋할 때를 단풍의 시작으로 친다. 전체의 80% 정도가 물들면 단풍의 절정으로 간주한다.

단풍은 추운 북쪽에서 시작돼 하루 20km식 남하하여, 높은 산의 경우 정상과 아래의 차이가 확연한데, 보통 하루 50m씩 산 아래로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단풍은 다음 달 26일 정도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찾아오는 단풍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만산홍엽의 시기는 해마다 늦어지고 있다. 국립수목원의 관측에 따르면 연평균 0.4일씩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10년이면 4일이 늦어지는 셈이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여름 기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1.5일씩 늦어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식물의 생장 리듬이 바뀌는 것은 중요한 기후변화의 신호라고 경고한다.


내 생각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더딘 단풍을 보면서 핀잔을 줬다가, 인심을 쓰는 척 아량을 베풀다가,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한 게 부끄러웠다.

이제 알았다. 이 또한 우리네 잘못인걸...


202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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