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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pr 28. 2020

[오늘을 남기다] 꽃 보고 너보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봄볕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흡수하며

봄이 주는 설렘을 커피잔에 담에 마신다.

‘꽃 한 다발만 꽃병에 꽂아두고 싶다.’

꽃 화분은 가끔 사지만 꽃다발은 왠지 잘 사 지지 않는다. 화분 꽃보다 훨씬 예뻐 보였는데도 금방 시들어 버리면 쓰레기만 되겠지란 생각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데 오늘은 단 며칠만이라도 집안에 생기와 향기를 뿜어줄 꽃이 갖고 싶다.

무언가를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는 종혁이를 불렀다.

“종혁아, 너 얼마 있어?”

“5000원이요. 왜요?”

종혁인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난 종혁이가 5000원을 갖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아빠한테 받은 만원으로 어제 친구들한테 아이스크림 사주고 남은 5000원이 침대 위에 뒹굴고 있는  봤다.

“엄마 꽃 한 다발만 사주면 안 될까? 엄마 노란 꽃이 갖고 싶어.”

“꽃은 왜? 저번에 화분 샀잖아.”

“화분 말고 향기 짙은 꽃다발이 갖고 싶어. 좀 사줘라. 어차피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 사 먹는데 돈 다 쓸 거잖아.”

종혁이는 살짝 고민하더니 큰 결심을 한 냥 5000원을 찾아와 ‘자’하고 멋지게 건넨다.

“우왕~ 고마워 아들~”





“엄마 꽃 사러 가자.”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가자고 재촉한다. 물론 아이들의 관심은 꽃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문구점에 있다.

셋은 서로 다른 신남을 안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먼저 문구점에 들렸다.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아이들은 꼭 문구점에 간다. 견물생심을 몸소 체험이나 하듯이 말이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과 눈이 얼음이 된 종혁이는 갑자기 내게 달려온다.

“엄마, 내 5000원 다시 주면 안 돼?”

“뭐? 왜? 한번 주고 뺏는 게 어딨어?”

“미안한데, 정말 사고 싶은 게 지금 딱 보여서.”

종혁인 두 손을 맞잡고 만지작 거리며 눈꼬리를 최대한 내려 나를 쳐다본다.

“칫, 치사하게, 자!”

난 삐치고 토라져 문구점을 나와버렸다. 9살이나 40살이나 기분 상함에 대처하는 자세는 거기서 거기다.

“에이, 안 살래. 꽃집 가요.”

금방 뒤따라 나온 9살 아들은 나보다 나았다. (이런 속 좁은 엄마.)

“괜찮아, 엄마가 그냥 살게. 너 사고 싶은 거 사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혁이는 양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앞질러 간다.




“음~ 향기로워.”

종혁이는 자신이 꽃을 사러 온 것처럼 향기를 맡는다.

“엄마는 저 노란색 꽃, 프리지어 좋아해.”

난 프리지어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를 뱉었다. 종혁이는 활짝 핀  프리지어에 코를 갖다 대더니 한 다발을 꺼내서 카운터로 가지고 간다.

“아저씨 이 꽃 얼마예요?”

주머니에서 5000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어차피 며칠 뒤면 시들어서 버려야 하는 거 아냐.”

종혁이는 꽃을 내게 안겨주며 애먼 빈 주머니를 뒤집어 본다. 그러곤 구시렁거린다.

“헤헤 고마워 아들!”

일부러 더 격앙된 목소리와 제스처로 기뻐했다.




“얼른 숙제 제출해야 돼! 아직까지 안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

온라인 개학을 하고 나서 집에서 챙겨야 할 숙제가 많아졌다. 수업도 듣고 과제를 제출해야 출석이 인정이 된다. 그러니 아침부터 제출할 때까지 내내 전쟁이다.

잔소리를 해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녀석들을 보면 뒷목이 뻣뻣해진다.

눈을 돌려 한껏 물오른 프리지어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아들들에게 눈을 돌린다.

“아들들! 사랑한다.”

“엄마, 갑자기 왜?”

아들들은 놀던 손을 멈추고 엄마가 어디 아픈 건 아닌가 하고 쳐다본다.

“꽃을 보고 너네를 보니까 마음이 꽃처럼 예뻐지는 거 같네.”

“아, 그럼 엄마 30분만 꽃 보고 있어요. 우리 이거 30분이면 끝나요.”

두 녀석이 잽싸게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으이구 욘석들...


2020.04.28.

#프리지어

#아들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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