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Apr 30. 2020

[ 오늘을 남기다] 민들레 씨

아침 일찍 남편을 따라 운동을 나갔다.

운동 나가는 남편과 눈이 딱 마주쳐 끌려나가듯 따라나섰다.

아파트 단지 크게 한 바퀴 도는 게 남편의 아침운동이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코스인데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발걸음이 꽤 무거웠다.

잰걸음으로 걷는 남편을 따라잡느라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

그때 가로수 밑에 하얀 씨 뭉치로 변신한 민들레를 보았다.

민들레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헉헉 거리며 내뱉는 입 바람을 자기에게 뿜어 주기를 바라는 거처럼 말이다.


휴우 ~ 고것 조금 걸었다고 숨차네.”

민들레 : “아이고 아깝게, 입바람이 하늘로 올라가 버리네.”



작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눈을 돌리니 민들레 씨 뭉치가 내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들레 : “얘! 네 입 바람을 나한테 불어주면 안 되겠니? 나 여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도 나한테 바람을 불어주지 않아.”




호흡이 가빠져, 차고 넘치는 게 거친 숨이었다.

민들레의 부탁을 들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있는 힘껏 턱까지 차있던 숨을 뱉어냈다.



민들레 : “고마워~~”


민들레씨들은 각자 정해둔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뿔뿔이 제 갈길로 날아갔다.

바람에 몸을 실어 자유로이 날아가는 민들레 씨가 부러웠다.


나도 민들레 씨에게 신세 좀 지고 훨훨 날아보고 싶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2020.04.29.

#민들레 씨

#자유

#여행





작가의 이전글 [오늘을 남기다] 꽃 보고 너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