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남편을 따라 운동을 나갔다.
운동 나가는 남편과 눈이 딱 마주쳐 끌려나가듯 따라나섰다.
아파트 단지 크게 한 바퀴 도는 게 남편의 아침운동이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코스인데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발걸음이 꽤 무거웠다.
잰걸음으로 걷는 남편을 따라잡느라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
그때 가로수 밑에 하얀 씨 뭉치로 변신한 민들레를 보았다.
민들레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헉헉 거리며 내뱉는 입 바람을 자기에게 뿜어 주기를 바라는 거처럼 말이다.
“휴우 ~ 고것 조금 걸었다고 숨차네.”
민들레 : “아이고 아깝게, 입바람이 하늘로 올라가 버리네.”
작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눈을 돌리니 민들레 씨 뭉치가 내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들레 : “얘! 네 입 바람을 나한테 불어주면 안 되겠니? 나 여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도 나한테 바람을 불어주지 않아.”
호흡이 가빠져, 차고 넘치는 게 거친 숨이었다.
민들레의 부탁을 들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있는 힘껏 턱까지 차있던 숨을 뱉어냈다.
민들레 : “고마워~~”
민들레씨들은 각자 정해둔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뿔뿔이 제 갈길로 날아갔다.
바람에 몸을 실어 자유로이 날아가는 민들레 씨가 부러웠다.
나도 민들레 씨에게 신세 좀 지고 훨훨 날아보고 싶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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