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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08. 2020

[오늘을 남기다] 그런 날

책상 앞에서 한참을 무언가에 몰두하다가 일어났다.

온몸의 힘이 쫙 풀려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기 힘들었다. ‘몸이 천근만근’이라는 진부한 표현이 이렇게 딱 들어맞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쌓아놓은 설거지를 해야 하니 고무장갑을 꼈다. 팔꿈치를 싱크대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힘들어?”

예준이가 허리를 감싸며 묻는다.

“그러게 좀 힘드네. 왜 이리 힘이 없지.”

사랑스럽게 매달려 눈을 맞추려는 아들조차 귀찮다.

“나도 그럴 때 있어. 막 짜증 나고 그러지?”

예준인 위로 섞인 어조로 엄마를 이해하려 한다.

“아니, 짜증 나는  건 아냐.

 짜증 날 때는 인상도 막 써지고,

 머리도 아프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진 않아.

그냥 힘이 없어, 몸은 엄청 무겁고.”

이번엔 아들에게 공감을 얻으려 나를 설명한다.


“아, 그런 날. 조금 어려운 날이네.”

예준인 알듯 말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다.


p.s. 이런 밖에 비가 오고 있었다.

      물먹는 하마처럼 내 몸이 습기를 다 빨아들인 게로군.

       오늘은 비 오는, 그런 날이다.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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