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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16. 2020

[오늘을 남기다] 엄마 김밥

토요일이다.

주말 세끼는 최대한 간단히 먹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남편은 적어도 한 끼는 직접 차려주고, 또 한 끼는 외식을 한다.

그런데 오늘은 남편이 출근을 했다.

평일과 똑같이 아들들과 세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한다. 우리 셋은 메뉴를 정하는 걸 서로 미룬다. 매일 가는 단골집이 지겨워져 더 이상 먹을 게 없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한참 커야 하는 아이들을 굶기는 건 엄마의 도리가 아니니, 어쩔 수 없이 냉장고를 뒤진다.

다행히 햄과 단무지가 있다.

“됐다. 김밥 싸 먹자.”

아이들에게 가장 간단히 해줄 수 있는 요리다. 물론 다른 집에서는 김밥이 그리 간단한 요리는 아닐 거다.

다행히도(?) 편식쟁이 아들들은 야채를 안 먹는다. 그러니 김밥에 들어갈 재료는 햄, 계란, 단무지면 끝이다. 더욱이 둘째녀석은 계란도 안 먹는다.

살짝 되직한 밥을 하고,

김이 오르는 밥에 소금, 참기름, 매실액을 적당히 넣어 골고루 섞는다.

햄을 볶고, 노랗게 잘 풀린 계란을 두툼하게 부쳐낸다. 단무지는 물에 한번 씻어 물기를 쫙 뺀다. 이제 재료 준비 끝이다.

구운 김에 양념된 밥을 올리고 햄, 계란, 단무지를 넣어 꾹꾹 눌러 만다. 둘째의 김밥은 계란 하나 덜 들어간다고 더 얇다.

다 싼 김밥에 참기름을 살짝 바르고 참깨를 뿌린다. 이렇게 여섯 줄말았다.

아이들은 썰 것도 없이 통째로 한 줄씩 들고 먹는다.

“음~ 엄청 맛있어. 엄마 김밥이 최고야.”

큰아들은 세줄을 앉은자리에서 먹어치운다. 입안 한 가득 김밥을 물고 행복한 미소를 뿜어낸다.

재료가 딸랑 2~3개 들어간 김밥이 뭐가 저리 맛있을까?

그냥 엄마가 해서 맛있는 거겠지?

난 남은 밥에 남은 재료를 넣어 한 줄을 채워 말아먹었다. 사실 별 맛은 없다.

나도 우리 엄마가 싸주던 김밥이 제일 맛있었다. 밥보다 속재료가 더 많았던 김밥.

‘아차, 우리 아이들은 커서 이 김밥을 엄마 김밥으로 기억하겠구나.’

이런! 나도 온전한 김밥 맛있게 잘 쌀 수 있는데!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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