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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18. 2020

[오늘을 남기다] 그리움이 쌓인 나이

 “엄마, 엄마는 지금 이 순간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누굴 만나고 싶어?”

 예준이가 숙제를 하다 말고 묻는다.

 “응? 만나고 싶은 사람?”

  난 순간 머뭇거리며되물었다.

 “응, 지금 딱 한 사람을 볼 수 있다면 보고 싶은 사람 말이야.”

 예준이가 말한 딱 한 사람을 저 멀리 기억 속에서 열심히 찾았다.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동기? 아니, 중국에 있을 때 1년간 내 옆에서 힘이 되어준 대리님?

마지막 직장 동료? 수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음 한편에 미안함을 두고 살았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글쎄, 딱 한 사람만 만나야 한다니 어렵네.”

 마치 내일 당장 죽는 다면 누굴 만나고 싶은가에 대답을 찾듯이,

 또, 그 한 사람을 당장 내 눈앞에 데려다줄 수 있는 마법이 있다면 이라는 가정에 답을 찾는 것처럼 설렜다.

 “그러는 너는?”

 결국 대답을 못하고 예준이에게 질문을 넘겼다.

 “나는 ‘안녕하세요~ 꾹 tv에 ‘똑’ 꾹이에요.’ 꾹이 보고 싶어.”

 예준인 뭐가 그리 어렵냐는 듯 금방 대답했다.

 “아, 유튜버 꾹?”

 예준인 유튜버들을 동경한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인기도 얻고 돈도 많이 번다는 유튜버가 부럽단다. 그래서 한 번 만나서 그렇게 많은 구독자와 ‘좋아요’ 를 안고 사는   기분이 어떤지 꼭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예준이의 가벼운 대답을 듣으니

‘언제부터 이 질문이 나한테는 이렇게 어렵게 느껴졌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어릴 적엔 연예인, 유명인들을 보려고 방송국도 가보고, 농구코트도 가보고, 신승훈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나올 때는 온몸의 신경을 집중하여 그 사람을 보고 , 들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다시 보고 싶고 반가운 사람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이다. 물론 연락해서 한 번 보자 하면 만날 수 있겠지만, 거리상, 시간상, 여러 가지 상 잘 못 만나 지는 사람들이다.

11살 아들의 질문에 우린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답을 찾았다. 아들은 앞을 보고 있었고, 나는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많은 그리움이 쌓인 나이’가 되었나 싶기도 했다.

 

예준이 덕분에 오늘도 남긴다.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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