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뻐라.’
설거지를 하려고 싱크대 앞에 섰는데 빨간 노을이 창을 가득 채웠다.
어떤 물감의 색으로도, 디지털의 색으로 만들 수 없는 자연의 색이다.
고무장갑을 낀 채 잠시 노을을 한참 바라봤다.
“어! 오랜만이네.”
거실에 앉아서 뭔가를 만지작거리던 예준이가 깜짝 놀라며 말한다.
“응? 뭐가?”
빨간 하늘에 정신 팔려있던 나도 덩달아 놀라 물었다.
“노을 말이야. 요즘 계속 비 와서 우중충한 하늘만 봤었잖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 이야기를 하듯이 반가워한다.
“그렇지? 엄마도 지금 노을 보고 있었는데, 이쁘지? 오랜만 봐서 그런지 더 이쁘네.”
감성쟁이 아들의 말을 듣고 나니 더 이뻐 보인다.
“그렇네, 노을 안녕!”
장난감 들고 바삐 돌아다니던 종혁이도 노을을 쳐다보며 인사한다.
우린 빨간 해가 고개를 숙일 때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기다려주었다.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