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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y 29. 2020

[오늘은 남기다] 공감의 방향

남편은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 오디오북을 주로 듣는다. 남편 차에 타서 시동이 걸리면  성우의 책 읽는 목소리가 울린다.

자기 계발서나 전공서적들을 주로 읽던 남편이 요즘 듣고 있는 책은 박경리의 ‘김약국 집 딸들’이다.

남편은 박경리 작가의 디테일한 감정 표현과 문장력을 감탄한다고 했다. 기구한 삶을 사는 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날은 운전하면 눈물이 흘러 혼났단다.

그 책을 다 듣고 나서  이번엔 박완서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듣는데, 이 책은 이웃들의 삶을 옴니버스식으로 그려낸 단편집이라고 했다.

며칠 동안 이 책을 듣더니 공감하기 어려움 삶의 이야기라며 말을 꺼냈다.

 ‘김약국 집의 딸들’에 이어 이 책을 보니, 자신이 요즘 읽은 책들에  공감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고 했다.

너무 과한 상황 설정과 심리 표현을 한 것 같단다. 어떤 점이 그런지 남편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난 그 책의 여자들의 심리가 정말 그럴법할 정도 이해가 되었다.

남편의 말을 다 듣고 내린 나의 결론은 ‘남편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구나’였다. 항상 자기 계발서, 기술 전공서적을 읽고, 또 회사 생활의 인간관계에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는 철학서를 읽는 남편이다. 그러니 소설책 속에 그려진 여성들의 삶에 대한 한스럽운 부분을 이해할 수가 있나.

 

“당신도 공감능력이 좀 부족하군요.

여자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면 남편들 얘기를 왜 하는지 알아요?

공감 못해주는 남편한테 서운해 서거든.

여보도 앞으로 이런 소설책 많이 읽고 공감 능력을 키워야겠어요.”

남편의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신나서 떠들었다.


“나도 공감 능력 있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기 남기 위해  상사한테, 부하 직원한테 공감하려고 얼마나 애쓴다고.

보통은 그 능력을 살아 남기 위해서만 쓰지.”

남편은 변명을 하듯 말을 받아쳤다.


남편의 말속에 ‘살아 남기 위해서’라는 말이 마음에 턱 하고 걸렸다.

남편이 사회생활하면서 살아 남기 위해 공감 능력을 발휘한다면,

나는 사랑의 관계서 살아남기 위해 남편한테 공감을 갈구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린 공감을 하고, 공감을 바라는 방향이 서로 달랐었던 것이다.


2020.05,29.

남편의 늦은 퇴근 후 맥주 한 캔씩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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