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o Mar 15. 2020

태국이 차이나타운을 받아들이는 자세, 우리의 다문화는?

여행은 사유하는거야

방콕의 핫플레이스 차이나타운


요즘 방콕에서는 차이나타운이 핫하다. 현지인들은 오랜만에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차이나타운을 찾는다. 이제 현지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기 시작했다. 이곳이 외국인들에게 관광지로 사랑받는 이유는 독특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란색과 파랑색을 섞으면 초록색이 나오듯 태국도, 그렇다고 중국도 아닌 특이한 분위가 차이나타운에서 나온다. 비좁은 골목길에 양옆으로 늘어선 상점들은 영락없는 태국의 시장이다. 하지만 메인 도로로 나오면 한자로 된 간판과 중국풍 인테리어를 한 상점들이 나온다. 길거리의 사람들 모두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첨밀밀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 우린 다 같은 아시아인이구나. 다시 그 사이사이에 좌판을 깐 길거리 식당은 태국 스타일이다. 음식을 주문할 때 다시 혼란에 빠진다. 이건 태국 음식도, 그렇다고 중국 음식이라고 할 수도 없는 메뉴들이다. 그래도 확실한 건 정말 맛있다. 


 ▲ 설날의 차이나타운


태국 사회에 완전히 녹아든 화교


태국 화교는 다른 동남아 국가의 화교들과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태국의 화교는 태국 사회에 철저히 동화되었다. 태국에 가면 분명 태국인인데 중국인 혹은 한국인과 흡사한 외모의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이 바로 중국계 태국인이다. 이들이 전체 인구의 13~15% 정도 차지한다고 하니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중국인의 태국 이주 역사는 13세기 아유타야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주로 무역을 하러 태국을 찾은 중국인 남성이었고, 이들이 태국 여성과 결혼하여 태국에 정착하기 시작한다. 이 사이에 나온 혼혈 자녀를 ‘룩찐’이라고 불렀다. 중국인의 이주가 태국 역사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는 전통 공연인 ‘시암 니라밋 쇼’를 봐도 알 수 있다. 공연 스토리의 시작이 바로 배를 타고 태국에 도착한 중국인이 현지 여성과 사랑에 빠져 태국에 정착해버린다는 이야기다. 세계대전 이후 태국이 현대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중국계에 태국 국적 취득과 태국식 이름으로의 개명 등을 강요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화교의 태국 이주 역사가 워낙 길어서인지 이 동화 정책은 큰 저항 없이 진행되었다. 태국풍도, 중국풍도 아닌 것 같은 방콕 차이나타운의 모습은 태국 사회에 완전히 흡수된 화교의 모습에서 나온 것 같다. 


나는 중국계가 태국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이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태국의 국호는 태국어로 ‘쁘라텟타이(ประเทศไทย)’, 자유의 땅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자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유에 있어서 가장 성숙한 태도는 남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내 자유를 누린다는 태도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을 존중하고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이뺀라이’ 정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마이뺀라이’는 ‘괜찮다’ 혹은 ‘문제없다’는 말이다. ‘마이뺀라이’라는 말로 남을 쉽게 용서하는 관용적 자세가 태국에서는 미덕이다. 이것은 외국인과 이민자에게도 적용된다. 태국 자체가 다민족 국가다. 중국계뿐 아니라 방콕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태국에 정착해 살 수 있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국 문화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 설을 기념해 중국 전통 옷을 파는 노점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출간했습니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74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