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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May 31. 2021

고구마 맛탕

비 오는 월요일에 빨강 고구마를...

지난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사흘째 비가 온다.

아마도 지난 반년 간 내린 비보다 더 많이 내렸다 싶으다.

여름부터 시작된 가뭄이 해갈을 넘어서서 강물이 넘치고, 곳곳에 물웅덩이 소식이다. '비 오는 수요일에 빨강 장미를' 라는데, 비 오는 월요일에는 뭘 하나...


남편이 사다 놓은  빨강 고구마가 있. 우리말로는 타박 고구마 또는 밤 고구마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단단하다. 요즘이 제철인지 가격이 착하다.  

남편이 조수를 하겠다고 나섰다. 껍질이 두꺼워서 껍질째로 먹기는 부담되지만 완전히 벗기기도 아까워서 적당히 하라고 했더니 대충 맞추었다. 한 입 크기로 하면 예쁘지가 않아서 좀 크게 했다.

코팅 팬은 되게 싫어하는데 그래도 이럴 때 쓰려고 몇 갖고 있다. 소금기가 없는 기름 요리를 한다면 그나마 도움이 된다. 요리 책대로 하자면 고구마를 튀겨야 하는데, 기름 남는 거이가 난감하다. 

코팅 팬에 기름이 다 묻을 정도로만 자작이 부어서 뒤집어 가며 튀기듯이 굽는다. 노릇노릇..

이제부터는 바닥이 두꺼운 스테인리스 팬에 옮기고, 설탕과 물엿을 두르고 소금도 한 꼬집해서 낮은 불에 조리듯이 설탕을 녹인다. 고구마가 뜨거우므로 약한 불에서 설탕을 녹이면서 잘 섞는다. 고구마를 하나 건져 봐서 실이 생길 정도로 녹이면 된다. 그 지점에서 불을 끄고 뚜껑을 닫고 잠깐 둔다.

접시에 바로 담으면 시럽이 흘러내리게 되므로 실리콘 매트에 올렸다가 더운 김을 한 번 날린 다음에 접시에 담는다.

오늘 제대로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고구마가 시럽을 먹어서 표면이 촉촉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비 오는 월요일, 도서관 갔다 오는 사이에 다 젖었다.

빨리 집에 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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