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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란 Oct 30. 2022

#4. 집을 소유하는 일이 특권인 시대에

나도 집을 사고 싶어


아파트를 사고 싶은 이유


<네이버 부동산> 앱을 켰다. 2년 전 직장을 옮기면서 회사 근처에 있는 원룸을 구한다고 들락날락 거렸던, 바로 그 부동산 사이트였다. 물론 이제는 검색 조건을 바꿔야 한다. ‘전세’에서 '매매'로, ‘빌라’에서 '아파트'로 바꾼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다세대 빌라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당시 나의 우선순위는 ‘아파트’였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일단은 편의성을 고려했다. 원룸에 살기 전, 나는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20년이 넘게 살았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대단지 아파트 문화에 익숙했다.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한 비슷비슷한 형태의 방과 거실의 조합, 아파트 단지 내 관리 사무소에서 제공하는 주차장이나 공원들은 사실 딱히 개성은 없을지 모르지만, 반복적인 일상의 영위를 더없이 편리하게 도왔다.


그뿐만 일까? 같은 공간에 입주한 대규모 세대의 요구와 관심에 힘입어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공동으로 누리고, 그를 지속해서 쉽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내가 생각하는 아파트 주거 형태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했다.

아파트를 사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건 바로 아파트라는 부동산이 가진 장기적 자산 가치때문이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빌라보다는 아파트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다. 그 인기 요인에는 사람 마다 다른 이유가 있을 테지만, 대부분은 나처럼 '거주 편의성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 경제, 학업 인프라' 를 고려하는 비중이 클 것이다. 그런데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자산 가치가 줄어들기도 쉽지 않다는 뜻일지 모른다.


나는 아직 젊었다. 살 집은 평생 살 집이 아닐 가능성이 높을테니, 나중에 팔기 쉬운 주택 형태를 고르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이런 비교는, 고급 빌라 단지나 나홀로 아파트같은 매물에는 결코 해당하지 않는 아주 단순한 분석에 불과할 지 모른다. 사실 부동산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도 하나 없었던 나다. 그럼에도 지금 내 상황에서는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사는 것이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을까 싶었다.


가능하다면 아파트 단지 규모는 세대수 300 이상, 도보 15분 이내에 지하철 역이 있는 곳. 그래야 아파트 대단지의 장점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에 마지막 조건을 하나 더 추가했다. 1시간 30분 안에 역삼동으로 출근이 가능한 곳. 아무리 자산가치가 있다 해도 실제 생활이 불가능할 수준으로 직장과 멀리 있는 집이라면 결코 보금자리의 기능을 할 수 없을테다. 바로 여기까지가 내가 찾는 매물을 위한 최소한의 필터였다. 이제 결심은 섰다. 일단 회사가 위치해 있는 역삼동 부터 찾아봤다.


이때까지도 나는, 내가 원하면 집은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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