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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로디 Oct 22. 2018

기초반 수영일기, 둘

수평뜨기



수영 첫 날부터 그만 두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유치원 다니는 여섯 살 쌍둥이 녀석들이 수영장은 잘 다녀왔냐, 수영을 할 때 발차기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수영 다니는 아빠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런 아이들에게 수영장을 잘못 찾아 그냥 돌아 왔다고 하니 몹시 안타까워했다. 아들은 “전화해서 길을 잘 물어보라”며 진지한 조언도 해 주었다. 딸은 “아빠, 수영장 다니니까 멋있어!” 라며 격려도 해 주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당장 그만 둘 수 없었다. 며칠 더 다녀보기로 했다. 


다음 강습 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다섯 시 반쯤 수영장에 도착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안내 데스크에 내 이름을 말했고 드디어 회원 카드를 받았다. 한 번 문제가 있어서 그랬을까? 이른 새벽 처음 방문한 곳의 안내 데스크에서 내 이름을 듣고 무언가 카드를 꺼내 주며 친절히 사용 안내를 해 주고, 주차 등록을 해 주겠다며 내 차의 번호를 받아 적는 모습에 이상한 소속감이 생겼다. 설명을 들은 대로 카드에 붙은 바코드로 무슨 자동판매기 같은 기계에 인식을 하면 락커 번호가 출력 되었다. 출력된 종이를 받아 들고 지하 수영장 남자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 이른 시간에 꽤 많은 사람들이 탈의실에 있었고 눈치껏 다른 회원들을 따라 샤워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오! 

그러니까... 중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동네 실내 수영장에 들어가 보고는 처음 들어가는 실내 수영장 이었고, 내 기억속의 실내 수영장과는 확연히 다른 상당한 규모의 수영장 이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열고 나오니 커다란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전광판의 스크린 에는 준비 체조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10개 레인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준비체조를 따라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50미터 레인 6개. 그리고 내가 강습을 받을 25미터 레인이 4개 있는 꽤 규모가 큰 수영장. 전광판의 체조가 끝났고, 눈치를 보며 한쪽 구석의 기초반을 찾아 갔다. 


체조를 마치니 강사들이 나왔고 그중 한 분이 출석부 속 내 이름을 호명했다. 25명 남짓한 회원들을 따라 드디어 첫 입수. 한 달 전 쯤 아이들을 따라 공원에 갔다 ‘나 잡아 봐라~’를 하며 놀다 삐끗한 오른쪽 발목 덕에 한 달 내내 한의원 신세를 지고 있어 뒤뚱 거리며 따라 한 준비 체조 만으로도 숨이 차 올랐다. 풀에 들어가 25명 제일 뒤에 섰다. 강사는 지난 시간에 배운 ‘수평뜨기’라는 걸 하라고 했고 앞에서부터 한 명씩 물에 엎드리는 것 비슷한 동작을 하며 앞으로 나갔다. 


**수평 뜨기**

수평뜨기는 말 그대로 물 위에서 수평을 맞춰 몸을 띄우는 것을 말하는데, 팔을 쫙 펴서 어깨넓이 만큼 벌리고 고개는 수영장 바닦을 보고 두 다리는 붙여 물 위에 떠 있는 자세를 말한다. 처음에는 균형을 잡기 위해 다리를 살짝 벌리기도 하지만 몇 번 하다보면 다리를 붙이고 몸을 물에 띄우면 앞으로 한 3~5미터 정도 쭉 나간다. 이 동작을 하며 물 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아 보는 연습도 하고 물과 친해지는 기초중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이게 수영의 완전 기초이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한 수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수영을 하기 위해 물속에 고개를 넣기 전에 숨을 들이키면 가슴속 페에 공기가 들어간다. 게다가 상체는 물에 닿는 면적이 넓어 어쨌거나 부력과 페 속의 공기 등으로 물에 잘 뜬다. 그런데 하체는 물에 닿는 면적도 적고 두 다리를 계속 딱 붙이고 있는 것도 쉽지 않고 페처럼 공기를 담고 있는 주머니도 없기에 쉽게 가라앉는다. 그러니 수평뜨기를 하며 고개를 더 숙이거나 들거나 팔을 벌리는 간격이나 이런 것 들을 통해 물 위에 뜨며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온 몸에 힘을 빼고 물에 떠 보고, 숨을 들이키고 물에 떠 보고, 두 팔과 다리를 벌리거나 붙이며 물에 떠 보고, 고개를 살짝 들거나 내리며 물에 떠 보는 연습을 하며 물에 적응을 해 나가는 훈련이다.  


연일 인생 몸무게를 갱신 중인 40대 중반의 배나온 아저씨에게 수영장은 ‘부력’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걱정 한 것 보다 물에 잘 떴다. 몸이 무거워서 인지 물속에서 살짝 뛰면서 수평뜨기를 하면 앞으로 잘 나갔다. 뭔가 수영에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심감이 용솟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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