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밍 Nov 08. 2019

남의 불행으로 얻은 행복도 괜찮아

#불안장애 환자가 사는 이야기

 

 남의 불행으로 얻은 행복도 괜찮다니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남의 불행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정말 나쁜 사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남의 불행을 보고 행복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잘 되지 않았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또한 맛집에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재료가 소진되어 나까지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내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우면서도 먹을 수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내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았다면 '나는 행운아'라며 기분이 더 좋았던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먹지 못하는 불행이었을 수 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남의 불행을 보고 행복을 느끼는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인가?

 

 나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작은 위로나 행복이 절실하다. 남의 불행을 보고 행복을 느끼는 모습처럼 말이다. 불안장애 환자인 내가 가장 많이 위로를 받는 것이 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신과 병원을 방문했을 때 가장 큰 위로를 느꼈던 것 같다. '의사와의 상담?', '상담사와의 상담?'이 아닌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봤을 때 가장 큰 위로를 느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아픔으로 병원에 왔을까?', '나와 같이 힘든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이 세상에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들을 통해 위로를 받게 된다. 그 말인즉슨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위로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인가?


 이렇게 위로를 받는 것에 '나쁘다', '옳지 않다'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안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병을 경험한 사람들은 선뜻 '옳지 않다'라고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옳지 않다'라고 인정하는 순간, 누군가의 손을 잡고 절벽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그 손을 놓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어떻게든 살고 싶고 일어서고 싶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얻은 행복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의 불행으로부터 행복을 얻은 나는 나쁜 사람이구나'라며 가끔, 아주 가끔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말이다.


 나는 30년을 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고 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현재 모습은 불안장애 환자라니...  그리고 남의 불행을 보고 행복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니... 그러나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은 나를 사랑해주고 보호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겪고 있는 불안과 우울을 극복할 수 만 있다면 말이다.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불행을 준 게 아니라면, 나의 생각 안에서 행복을 얻는 것이라면 '남의 불행으로 얻은 행복도 괜찮아' 라고.

이전 17화 좋은 습관의 배신, 불안의 요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