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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Dec 06. 2019

안녕 불안

#불안장애 인지하기

 나는 매일 아침 찾아오는 불안이라는 친구와 아침을 시작한다. 3년 전이었을까? 아침부터 쿵쾅쿵쾅 문을 두드리듯이 나를 찾았다.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다가와 문을 열어주지 않았더니 두드리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드리는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났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다. 시간이 흐르자 문을 두드릴까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불안은 또 다른 불안을 낳았고 점점 지쳐만 갔다. 그렇게 문 뒤에 서있는 3년 동안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떨리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냥 문 뒤에 숨은 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불안은 나에게 공포스러운 기억만 남겼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문을 열면 문 앞에 있던 불안은 숨어버렸고 보이지 않았다. 불안이 장난치는 것이었을까? 용기를 낼 때마다 숨어버리는 불안. 그리고 문을 닫으면 어김없이 다시 두드리기 시작하는 불안. 그렇게 나는 불안의 장난에 지쳐만 갔고 결국 내가 불안을 찾기 위해 나섰다. 어디에 숨었을까? 미래에 대한 걱정 속에 숨어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불행이 다가올 것에 대한 걱정 속에 숨어있는 것일까.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불안을 찾아 나선 지 수개월이 지났을까. 정신과 진료도 받아보고 명상도 해보고 다양한 책들도 읽어보고 서서히 숨어있던 내면 속의 불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의 시선에 비칠 내 모습, 미래, 자기 자신의 이상과 가치에 도달하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곳에 숨어 있던 불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불안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불안은 내가 생각하던 괴물 모습이 아닌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두렵지 않았다. 말이 없던 불안은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동안 쉬지 않고 문을 두드려 나를 공포 속으로 빠렸던 것에 화가 난 탓인지 불안에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너는 왜 자꾸 문을 두드리니?', '너는 왜 자꾸 찾아오는 거야?', '왜 자꾸 걱정 속에 숨어서 나를 괴롭히는 거야' 그런 불안은 자신의 실체를 알아낼까 겁이라도 먹었는지 대답을 회피하고 도망간다. 도망간 불안은 항상 그 자리에 숨었다. 마치 내가 찾아낼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다. 불안은 내가 만들어 낸 환상으로 만들어졌고 내가 키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불안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방치해 둔 사람 중에 한 명으로서 내가 경험하고 상담하면서 얻은 결론은 불안에 대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이미 초기를 넘어선 상황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초기에는 무섭게 다가오지 않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심해진다. 온몸의 떨림증상과 무기력증, 그리고 우울감으로 확장되고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 오게 된다. 나처럼 즐겁게 살아온 사람도 그런 상황을 경험했다. 그럼 초기에 대응하지 않은 사람은 이겨낼 수 없는 질병인가? 그렇지 않다. 나 또한 지금 이겨내고 있고 이겨내는 중이다. 그렇게 3년이 흘러 현재는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가끔은 죽을만큼 답답하고 우울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불안은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인가? 먼저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불안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 적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로 적으면 불안장애가 없어질까? 나도 처음에는 의심했다. 그렇지만 많은 책과 전문가들은 그렇게 하기를 권유하고있다. 그렇게 나는 3년 동안 불안이 올때마다 글을 적어보았고 극복해 나갔다. 이 방법은 3년동안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내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중의 하나이다.


 내 상황은 이렇다.

 - 성공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다 : 지금도 이미 충분히 성공한 삶을 살고 있고 행복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앞으로도 잘 될 거니까 너무 걱정 말고 지금 이 순간 더 행복한 삶을 살자!

 - 회사생활로 성공할 수 없다 :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어. 너는 지금껏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그리고 충분히 다른 일을 해도 잘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 퇴사를 하는데도 할 줄 아는 게 없다 : 회사 일을 시작할 때 대학 4년을 공부하고 입사했다. 퇴사한다 해도 조금의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어떤 일이라도 넌 할 수 있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 남들은 다 성장하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다 : 너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있어. 불안에 대해서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는 거야. 그리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 자체가 성장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 10년 후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으면 어때? 지금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해! 미래의 행복을 기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찾자!

 

 글로 작성해보면 굉장히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변해있는 나를 볼 수 있다. 또한 전부 미래에 대한 걱정뿐이라는 것도 인지하게 되었다. 이것이 시작이다. 하나씩 인지하기 시작하다보면 내 모습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바꾸어 보려고 노력도 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줄여나갈 수 도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자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누군가가 대신 바꿔줄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글을 적는 그 순간 불안에 대한 감정을 잊을 순 있지만 또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적었던 글을 읽어보거나 써본다면 불안의 감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적어가다 보면 닫혀있던 나의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하는 불안과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가 조금은 행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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