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밍 Feb 24. 2020

퇴사한다고 말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불안장애 직장인의 극복 이야기

 나는 2개월의 최종 마무리 단계인 연봉협상을 끝으로 이직이 결정되었다.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나 이직이 확정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새로운 회사, 환경에 대한 불안함일까? 아니면 7년 동안 정들었던(?) 회사에 대한 아쉬움? 그것도 아니라면 회사를 떠나는 홀가분한 마음일까? 그렇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는 것이 가장 가깝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은 이것이 아니다.

 

 내가 퇴사를 한다고 회사에 알렸을 때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직장생활에 있어서 인정도 받아보고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했다.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즐겁고 재미있었던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동호회 활동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며 말이다. 그러나 그건 내가 퇴사를 말하기 이전의 시점인 것 같다. 퇴사를 말했을 때 직장 상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여기서 직장상사들이란 나와 업무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실무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나를 관리하는 관리자인 그룹장, 팀장, 사업팀장들을 말한다. 과연 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나와는 평소에 대화도 잘하고 즐겁게 생활했던 상사들인데 내가 퇴사를 말하는 순간 그들은 돌변했다. 그렇게 퇴사라는 것이 나와 그들의 인간관계를 끝내는 것만큼 대단한 것이었을까? 인간관계를 한 번에 정리하는 그들을 보며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사실 회사라는 조직이 내 인생을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나의 불안장애 또한 회사생활을 하다 겪었지만 회사가 나를 책임져 주었던가? 휴직을 주었다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책임을 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게 회사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인 것이다. 나의 노동에 대가로 월급을 주는 회사와 나는 동등한 위치이고 그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관계는 끝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관계 또한 그렇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를 관리했던 관리자들은 내가 회사와 정으로 엮이길 바랬다. 긴 시간 동안 함께했는데 어떻게 배신을 하느냐 라고 표현하는 상사들도 있었다. 평생 나를 책임져 줄 것도 아닌데 그렇게 표현하는 상상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 내가 그 위치를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런 것 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과 나와의 인간관계가 여기서 끝나야만 한다는 것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아쉽다.  

 

 이 상황에 대해 직장동료들과 이야기를 해보았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 한마디로 수직적인 위치에서 동등한 위치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7년이라는 기간 동안 나의 상사라는 위치에서 나를 관리하고 평가했었던 그들이기에 지금의 수평적인 위치에서 나에게 다가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랬던 것이었을까? 애초에 수평적인 위치에서 사람을 대하였더라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끊어버리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또한번 회사를 원망하게되었다. 나는 정말 퇴사를 하더라도 좋은 인간관계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도 그들이 나에게 등을 돌린 모습을 보면 정말 실망스럽고 아쉽다. 그렇다고 내가 퇴사를 앞두고 버릇없이 행동하거나 깽판(?)을 치는 행위를 한적도 없는데 말이다.


 또한 회사 사람들은 나의 퇴사 반겨주지 않았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나의 일은 곧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회사 시스템 중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1명이 퇴사하면 1명이 들어올 줄 알았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대기업인데도 말이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 많은 선배들이 퇴사를 했었다. 그러나 그들을 원망하진 않았다. 그들의 업무가 나에게 인수인계가 되어도 말이다. 오히려 떠나는 선배들을 부러워하며 잘됬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내 주변에는 많이 있는 것 같다. 나를 원망하고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정말 친하게 지냈어도 사람이 변하는 건 정말 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지금 이 시간이 정말 아쉽고 안타깝다.


 퇴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좋은 일들만 가득 찰 줄 알았었다. 그러나 좋은 일들보다는 아 실망스러운 일들로 가득 찬 시기인 것 같다. 나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다녔던 회사였고 눈치도 많이 보고 내 일처럼 책임감을 갖고 생활했다. 불안장애를 겪으면서까지 말이다. 그러나 퇴사를 한다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책임감도 없어졌다. 어느 한쪽이 끊어버린다면 다시는 연결될 수 없는 끈처럼 말이다. 또한 나의 말 한마디에 모든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 회사와 상사와의 관계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눈치를 보며 회사를 다니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직장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한테 맞지않는 회사를 억지로 끼워 맞추지 말라고. 회사를 자신한테 맞추라고. 당신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있으니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