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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Mar 30. 2020

불안장애 직장인 8년 차 이직 이야기

#불안장애 직장인 8년 차 이야기

나도 모르게 첫 출근 전날 밤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걱정일까

새로운 사람에 대한 걱정일까


이직에 대한 아무런 걱정이 없던 나에게 무자비하게 걱정들이 쏟아져내리는 밤이었다.

그리고 그건 자연스럽게 불안으로 이어져갔다.


8년 만에 환경을 바꾸게 된 나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던 것일까.

8년 전만 해도 걱정이란 걸 모르고 살았던 나였는데.


심지어 밥 먹는 것부터  옷차림, 출근, 퇴근시간, 모든 것이 새롭고 눈치 볼 수밖에 없다. 경력사원에게 이직이란 모든 환경이 하나부터 열까지 변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출근하고 알게 되었다.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심지어 나는 다시 퇴사라는 단어를 벌써 검색하고 있는 나 모습을 발견했다.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늦기게 되었다. 조금은 각오를 하고 왔어야 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부서 배치.

내가 과거에 했던 업무와는 완전히 다른 업무.

개발자로서 사용했던 언어 다

영어 젬병인 나에게 주어진 업무 또한 해외 프로젝트다.

산 넘어 산.

그렇게 이직 첫 주는 수많은 걱정과 고민으로 흘러갔다.


출근길의 발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미 걱정은 걱정대로 늘어갔고.

내가 팀원들에게 폐가 되는 건 아닐까?

내가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불안으로 이어졌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했던 나의 모습은 온 데 간데없다. 지금 나는 무척이나 힘들다. 


그리고 점점 조급해져 다.

경력직으로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은

새로운 개발언어, 업무를 빠르게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졌고 걷잡을 수 없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런 나는 약 2달 만에 다시 정신과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2달 동안 방문하지 않았던 첫마디는 다시 찾아올 줄 알았다고 했다. 정확히 약을 끊고 2달 후에 우울증은 재발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나에겐 불안장애뿐만 아니라 우울증이 있다고 이야기하셨다.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내 판단으로 약을 끊으면 결국 우울증은 반복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다시는 약을 끊지 않으리라.


 휴직하고, 복직하고, 퇴사하고, 이직하기 전까지는 2개월 동안 남부럽지 않게 세상 즐겁게 살았던 나인데.... 이렇게나 빨리 지쳐가다니... 아내를 쳐다볼 면목이 없다. 그래도 내가 기댈 곳은 아내뿐이었다.


 아내에게 또다시 나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얼굴이 두꺼운 남편이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조급해하지도 말고 잘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단지 그냥 너의 페이스보다는 조금 천천히 나아갔으면 좋겠어. 빨리 배우고 잘하면 좋겠지만 조금은 천천히 간다고 해도  너에게 뭐라 할 사람 없을 거야. 너의 본성을 바꿀 수 없겠지만 그것이 나중에 우리가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에게도 향이 있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한번 변화해보도록 같이 노력해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지켜주고 든든하게 버텨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나를 지원해주고 든든하게 말해주는 나의 아내. 정말 고맙다.


어느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느끼는 것 1위가 배우자의 죽음이고 2위는 이직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이직을 힘들어하지 않겠지만 충분히 각오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렇다고 이직을 후회한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나아지는 것 또한 있을니 말이다.


그리고 일요일 밤 나는,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라며 수백 번 되새기며 1시간째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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