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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의지혜 이지혜 Oct 20. 2022

아기 6개월에 내가 진짜 살고 싶은 삶을 만난 사건

성공하고 싶었다. 너무 너무 성공하고 싶었다. 차는 벤츠를 끌고, 샤넬 가방을 매고, 짧은 투피스에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나를 키우느라 고생만 한 우리 할머니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다 ~ 선물하고, 비싼 레스토랑, 좋은 집에서 살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그 누구도 우리를 함부러 할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힘든 어린 시절을 딛고 성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 시대의 여성 멘토’로 신문에도 나고 아침마당에도 나가고 성공한 선배로 모교에서 초빙을 해 연사로도 서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잘 생기고 멋진 남편과 함께, 아이들도 사랑으로 키우면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인생은 늘 변수가 가득했다. 처음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전학간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편애로 따돌림을 당했고, 대기업에 입사하면 술술 풀릴 줄 알았던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사람들과 잘 지내면 행복할 거 같아서 사람들과 잘 지내고자 온갖 애를 썼는데, 친한 친구 / 동료들과는 헤어졌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다. 매일 만날 수 있을 거 같던 가족, /친구들을 만나는 빈도가 줄었고, 10~20년은 다닐 거라고 생각하고 입사했던 회사를 1년 만에 그만 두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성공해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내 인생이 마무리 되길 바랐는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지금 모습 이대로 곁에 있는 사람들과 평생 함께 하는 것 말이다.




2017년 겨울,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들다는 걸 직감하고 회사를 나오게 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했다. 내가 잘 살 수 있을지도 막연했다.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30대 초반의 나는 이제 막 아이를 낳은 경력단절 엄마가 되었다.

혼란스러운 나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육아 조언은 스트레스가 되었고, 나는 귀를 닫고 입도 닫고 싶었다. 그렇게 나에게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일한 나에게 산후우울증이 찾아 오다니 ! 직업상담사인 내가 내 미래를 잃고 헤매이고 있다니 !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일을 하며 만났던 엄마들이 떠올랐다. 출산 전에는 전문직이었던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고 사회에 다시 나오자 자신이 원하지 않던 일을 해야 한다며 울었던 모습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인생을 바쳤는데 아이들이 크며 우울증으로 가족관계가 힘들어졌다는 엄마들이었다. 그 엄마들이 갓 아이를 낳은 나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거 같았다. “지혜야, 지금 힘들어도 너의 삶을 포기하지마. 네가 진짜 살고 싶었던 삶을 지금 살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 네가 가장 너다울 때, 아이도 진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 그러니 부디 포기하지마.”




꿈을 이루는 엄마로 살고 싶었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는 김미경강사님의 책도 있지 않은가 !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보물지도를 만들고 반드시 나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자존감 바닥이어서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으며 쓰러지던 내가 자존감 강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삶을 살겠다던 꿈! 그 꿈만은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이 꿈을 이루고 싶어 밤중 수유를 하면서도 잠을 줄이고 공부했다. 육아서, 자기계발서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아이도 잘 키우고 나도 잘 크고 싶었으니까.

아이 업고 발표하는 모습



아이가 6개월이던 어느 날, 나는 벽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고 쓰러졌다. 아직 기지도 못하고 몇 시간만 굶어도 위험해질 수 있는 아기와 나 단 둘이 있는 집에서 나는 생각했다. ‘아, 내가 지금 죽으면 우리 아이 챙겨줄 사람이 없는데.. 지금 집에 남편도 없는데… 남편이 어서 왔으면….’

간절함에 겨우 손가락을 움직여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한참을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응급실에 갔다. 침상에 겨우 누워 주변을 돌아 보는데, 울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누군가의 가족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구나. 미처 전하지 못한 말에 눈물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난 지금 절대 죽을 수 없어. 살아야 해.’ 하며 강한 의지를 내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고, 나는 아이를 두고 갈 수 없다고, 엄마 없는 아이로 큰 슬픔을 아이에게도 겪게 할 순 없다고 빌고 또 빌었다.

감사하게도 나의 뇌진탕 사건은 잘 마무리 되었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때 만난 책이 ‘하워드의 선물’이었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세계적인 경영학계의 구루 하워드교수의 필생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었다. 이 책은 말했다. ‘멈추고 인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이 글을 보며 다짐했다. 죽기 직전 하고 싶을 그 말, “사랑해. 고마워.” “이지혜 참 잘 살았다.” 그 말을 하며 오늘을 살겠다고.




힘들었던 삶에 대한 원망과,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 놓고 진짜 진심을 말하며 사는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다짐했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두려움, 슬픔, 수치심, 기쁨, 행복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 지난 4년이었다. 아이는 어느덧 5살이 되었고, 나는 지난 4년의 경험 중, 정말 내 삶을 변화시켰던 이야기만을 담은 책을 내고 싶었다. 내 인생이 진짜 언제 끝날 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마지막 순간에 “이지혜 잘 살았다.”하고 웃으며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내가 ‘오늘이 유한함을 기억하고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하며 한 경험과 방법’을 담았다. 책에 나온 내용들이 꼭 필요한 분에게 닿아 진짜 자기답게 살아가는 삶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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