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엄마의 육아그림일기
어린 시절,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꼭 내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착하게 자라라~"
라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힘들고 억울한 일,
어렵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부모님을 속상하게 하기 싫어 참았다.
부모님 속을 썩이는 건
나쁜 아이나 하는 짓이니까.
부모님 말을 안 들어 혼나고 나면
자괴감이 들었다.
나쁜 아이가 된 거니까.
부모님께 한 번 털어 놓으려 하면
왜 그랬냐,
뭐 그런걸로 속상하냐는 말을 듣거나
말을 할 겨를도 없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다른 이들에게도
나의 진정한 속마음을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 즈음 아마도
착한아이컴플렉스가 생겼던 것 같다.
상담사가 되면서 가족들과
얘기를 많이 해
여러 감정들이 해결되고
컴플렉스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우울증, 중독, 따돌림
분노조절장애, 공황장애 등이
부쩍 늘고 있는걸 보면
우리가 얼마나 공감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개개인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느껴졌다.
그런데 심리적 어려움으로
요즘 내게 상담을 청해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최성애박사님의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읽으며
'착한 아이로 말 잘 듣고 자라려다가
자신을 잃어
병들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나약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 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왜냐고?
어릴 때
착하게 부모님 말씀 잘 듣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폭발한 경우들을
정신과에서 너무 많이 봤으니까..
그들은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힘이 있었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이 증오가 있었다.
환자분들은 말했다.
"착한 아이가 되려 하다보니 지쳤다.
내가 누군지,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내가 잘 했을 때만 봐줬다.
부모님이 너무 미운데
그런 내가 더 미워
나를 용서할 수가 없다."라고
최성애박사님은 말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은
분노, 슬픔, 혐오, 경멸, 두려움, 놀라움, 행복이다.
그러나
감정을 묵살하는 부모는
부정적인 감정을
독극물처럼 생각하고
아이가 그저
명랑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참아내지 못한다.
(p.10-11)
즉,
우리네 부모님이, 우리의 사회가
그저 행복한 사람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남들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랬던 것이
자녀들의 마음을 깊이 있게
봐주지 못하게 벽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성인이 되어
더 이상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자녀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 댔던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냐"라고..
그런데 희망적인 것은
아동, 청소년, 성인이 된 자녀,
배우자, 시부모님에게도
감정코칭으로 말을 하면
변화가 가능하다.
(p.63)
라고 최성애 박사는 말했다.
그러니
모든 감정과 바람은
수용가능하고
부정적 감정이 잘못된 행동과는
아무 연관이 없음을
알게 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자고(p.12)
그러면 아이를
심리적 면역력이 강하고
대인관계가 좋으며
감정조절을 잘 하고
학업성취도가 높은 건강한 아이로
자라게 될 거라고.
그러니 이제 우리 그만 말하자.
"착하게, 말 잘 들으라는 말"
아이는 내 소유물도 아니고
생각이 있는 인간이니까.
자신만의 시행착오를 거쳐
인생을 살아나가는 거니까.
세상 모든 부모들이
하루 빨리 감정코칭을 배우고
자녀들을 사랑으로 키워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