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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어의지혜 이지혜 Jan 07. 2023

숫자로 돌아보는 내 인생




32

32년 책친구


'책을 읽는 속도는 누구보다 느리지만, 책이 최고의 친구였던 아이'

'5살 때 위인전을 보며 "나도 오성과 한음 같은 존재가 될 거야"라고 다짐했던 아이'

'책에 미칠까 봐 8살, 10살 때 할아버지가 책을 태워 엉엉 울던 아이'

그게 나였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참 궁금했다. 책은 그 궁금증을 모두 채워주었고, 내가 힘들 때면 괜찮다고 토닥여주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알려주었고, 나를 꿈꾸게 하며, 내 마음을 물어주었다.

그렇게 책을 곁에 두다 보니 어느덧 가장 많이 받는 선물이 '책'이 되었다.

내가 가장 머물기 좋아하는 공간이 '책방'이 되었다.

나는 32년째 책과 친구로 지내고 있다.








5

만 5살 엄마


2018년 4월, 아이를 낳았다. 다들 "아이는 알아서 커. 그러니 아이만 잘 키워라"라고 말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앞으로 10년 아이만 키우면 부모님의 노후와 내 미래와 내 남편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해가는 세상에서 아이를 잘 키우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내 인생도 이제 시작인데 나도 잘 크며 아이도 잘 크는 법은 무엇인지, 여전히 마음이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데 이런 내가 정말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들이 몰아쳤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내게 책은 다시 말을 걸었다. 자신을 읽으며 길을 만들어가 보라고.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책을 삶에 적용해서 내 아이에게 희망을 물려주겠다고. 그렇게 책을 읽으며 내 길을 만들어간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4

4년 정신보건사회복지사 근무


내가 아이를 낳고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4년간 정신과에서 일을 했던 경험 덕분이었다.

'내가 너무 이해가 안 되고 나를 너무 알고 싶어서' 선택한 정신과였다. 이곳에서 5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상담했다. 어린이부터 노년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삶을 만났다. '가족을 위해 / 성공하고자 / 건강을 챙기려고' 참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데, 자신의 진심을 말하고 온전히 이해받은 적 없는 그 경험들이 쌓여 그들의 삶이 무너졌음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정말 간절히 정신이 건강한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 그 아이는 자신을 이해하고,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때 내가 찾은 답은 '엄마가 자신을 소중히 대하고 자신을 표현할 때, 자신을 이해하고 귀히 여길 때, 아이도 그런 어른으로 큰다. 이런 삶을 살려면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시간 경험한 것들 덕분에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200

200주 독서모임 리더


나는 정말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 싶었다.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아이와 잘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나 혼자 책을 읽는다고 그것이 채워지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조차 잘 모르는데 지혜로운 삶을 살기는 어려웠다. 살고 싶어서, 엄마들과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싶어서 <생존독서모임>을 열었다. 그리고 그 모임이 200주가 넘었다.

그 덕에 수 십 명의 엄마들이 자신을 알아가고, 자신에게 하는 말과 아이에게 하는 말을 바꿔가며 관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4

4년 SNS커뮤니티 운영자


그런데 나는 겁이 너무 많았다. 모든 것이 온라인화 되는 시대에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는 정말 감이 오지 않았다. '아이는 나보다 더 SNS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텐데 정말 안전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경험을 하고, 그 환경을 SNS에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인 '기적의 칭찬방'이 시작되었다.

4년을 운영하며 알게 된 건, '세상에 선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상처를 딛고 회복하는 힘이 사람들 안에 있다. 사람들은 칭찬과 위로+응원의 말을 들으면 회복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할 때 기뻐한다'는 것이다.

 









3000

3000만 원 정부지원사업 사업가


사회복지학에서는 영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사람이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가도록 돕는 일을 가르친다. 발달 단계 별 심리, 복지사업, 행정 등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배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내 아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고, 많은 엄마들이 진짜로 행복해져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지난해 4월, 정부지원사업의 ㅈ도 모르는 내가 지원을 했고, 덜컥 합격해 '경남로컬크리에이터'로 활동했다. 그 덕에 많은 것들을 지원받았고, 경험했으며, 교재와 교구가 나왔다. 놀라운 것은 내가 나를 더 이해하는 통로+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간절함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엄마들이 건강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보고 싶다.










엄마는 참 많은 부캐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 부캐가 앞으로 어떻게 더 확장되어갈지 기대가 된다.

내가 추가하고 싶은 부캐가 있다면, '1 - 한 명, 한 명의 엄마들이 자기를 이해하고 아이들과 잘 대화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전한 엄마' 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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