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기적 3

금은형 단편 연재소설

by 김은형


“ 이것 좀 잡고 있어요.”


차 뒤쪽에 펑크 난 바퀴를 빼기 위해 연장을 돌리던 그가 말했다. 그를 돕기 위해 그의 옆에 쭈그리고 앉은 순간 레몬향 비누냄새가 풍겨왔다.


“ 어? 혹시 조금 전 케이크 가게에서 저와 부딪치지 않으셨어요? ”

“ 맞아요.”

“ 그런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이미 마주친 적이 있었노라고? ”

“ 그게 왜 중요해요? 지금 상황에? ”

“ 그래도..... 어쨌든 그땐 죄송했어요. 케이크 상자를 두 개나 들고 있어서 문을 열 방법이 없었거든요. ”

“ 호텔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인데, 왜 서비스를 요청하지 않고 미련하게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 해요? 촌스럽게. 그런데 케이크는 왜 두 개 씩이나 사서 나온 거예요?”

“ 아!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우연히 어젯밤에 만났는데, 사부님이 돌아가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늦게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샀어요. 아이에게 줄 쵸코 산타 케이크도 하나 사구요. 그런데 선생님은 무슨 빵 사러 오셨던 거예요? 아이들 케이크 사러?”

“ 아뇨, 전 아직 혼자 삽니다.”

“ 아 ~~~ 그냥 식사대용 빵을 사러 오셨구나.”

“ 빵도 밥 대신 먹으면 식사지. 식사대용이 어디 있어요? 전 워낙 케이크를 좋아해서 혼자서 식사 대신 케이크를 먹어요. 이곳 한스 델리 케이크가 맛이 좋아서 이곳을 자주 애용하죠. ”




“ 어머나 케이크를 밥 대신 먹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어요. ”

“ 저야말로 조의를 케이크로 표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습니다. 자동차 수리에나 집중하시죠. ”

“ 네, 알겠어요. 죄송해요.”

“ 어두워지고 있어요. 서두르지 않으면 펑크 수리하기가 더 힘들어질 거예요. 이것 좀 저쪽으로 빼고 스페어타이어 이쪽으로 옮겨주세요.”

“ 여기요. 그런데 무슨 케이크를 자주 사 먹죠? 치즈? 생크림? 쵸코? 고구마? 블루베리? ”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문이 막히는 입을 간신히 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꼭 대답해야 하는 질문인가요?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바꿔 먹어요. 이틀에 한 번은 사러 오니까.”

“ 네? 다른 사람들은 일 년 중 가족 생일날에나 맛보는 것을 이틀에 한 번씩?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럼 오늘은 무슨 케이크 샀어요? ”

“ 갈수록 태산이군요. 연장이나 집어주세요. ”

“ 네, 선생님! ”

“ 대학 강사세요? ”

“ 왜요? ”

“ 보통 사람들은 아저씨라고 말하는데 선생님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그냥 일반 회사원 같지는 않아서요. 조문을 케이크로 하는 것도 남다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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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얼굴에 웃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웃었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설핏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틈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독 까만 얼굴에 넓적하면서 둥근 얼굴? 참하고 반듯하게 내려오는 약간은 긴 머리카락과 반짝거리는 머릿결, 레몬향 비누냄새, 작지 않은 몸집과 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적어도 20년간은 웃지 않은 듯 굳어 있었다.


세상의 즐거움과는 아주 오래전부터 벽을 쌓은 듯한 느낌이랄까?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났으니 어쩌면 그는 스쿠루지 영감의 현신일지도 몰랐다.


젊은 스쿠루지.

아주 더 고약하고 독특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그는 나에겐 커다란 은인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 싱긋 미소가 지나가는 것을 보니 내 맘속에 뱃길이 열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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