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메밀 Sep 20. 2023

갓생이 별거냐! 살아있기만 하면 갓생이다.

세상의 기준은 너무 숨 막혀


언제부터 '갓생'이 트렌드가 된 걸까.


솔직히 나는 '소확행'이 트렌드였던 몇 년 전이 그립다.


나에게 갓생은 너무 벅차다!


우울이 대부분이었던 스물네 살은, 온통 무기력했다.


외출 준비를 하고, 집에서 학교까지 이동하고,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감정적인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라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도 힘겨웠기 때문이다.


매일 씻고 끼니를 챙겨 먹는 것조차 힘들었다.


당연히 수업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학교 과제는 겨우 형태만 갖춰 제출했으며, 공부도 할 수 없었다.


취업 준비? 취업의 치읓 자도 생각할 수 없었다. 심지어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도!


이렇게 겨우 일상생활만 이어가는 동안,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해 매일 스스로에게 말했다.





갓생이 별거냐! 살아있기만 하면 갓생이다!





누군가는 비웃을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나를 위로해야 어느 날의 아침을, 점심을, 또 저녁을 버틸 수 있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 출근 전의 운동이나 독서, 퇴근 후의 자기 계발, 주말에 하는 부업...


유튜브에 갓생 브이로그가 가득하다.


좋은 자극제다. 본받을 만한 모습이며 제한된 24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겠지. 




그렇지만 자존감도 자신감도 자기 확신도 없었던 나에겐 갓생이라는 단어가 그저 부담으로 다가왔다.


왜 저 사람들처럼 못 사는지 자책할 뿐이었다.


현재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적은 상태라는 것을 그땐 몰랐다. 

우울증으로 인해 심적 여유가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문장을 나름대로 생각해 낸 것 같아 장하다.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정말 괜찮다고,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우리에겐 갓생이라고!



만약 스물넷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우울하지 않은 기분으로 하루하루 살 수 있는 날은 곧, 그리고 반드시 온다고,
너무너무 힘들겠지만 그때까지 꼭 버텨 달라고.




이전 03화 대학교 자퇴하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