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FJ 누나와 ENTP 남동생 1-귤

우린 서로가 신기하다.

by 김메밀


내 MBTI는 ISFJ다.

내 남동생의 MBTI는 ENTP다.


"같은 부모에게서 동일한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8천만 분의 1보다 작아."

고등학교 생명과학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다.


아무래도 나와 동생은 8천만의 양 끝단에 있는 모양이다.


오늘은 둘의 성격 차이로 인해 생긴 수많은 일화들 중에 하나를 짧게 적어보려고 한다.




작년 겨울, 여느 때처럼 우리 집은 귤을 박스 째로 쌓아 놓고 먹고 있었다.

마트에서 사오기도 하고 가끔 선물로 들어오기도 해서, 어쨌든 귤은 겨울 내내 우리집 식구들이 즐겨 먹는 과일이다.


다시 말하면, 상하기 전까지 의무감을 가지고 모두 해치워야 하는 과일이기도 했다.


귤만 있었으면 맛있게 귤을 먹었겠지만, 작년 겨울에는 유독 천혜향, 레드향 선물이 자주 들어왔다.

귤은 점점 외면당했고, 결국 남아있던 20여개의 귤은 껍질이 말라버리거나 물러서 상하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동생이었다면 과감하게 버렸겠지만, 나는 달랐다.

평소에도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나는 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아이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버려지면 귤에게 미안할 것 같았다.


그래서 티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귤 껍질을 모조리 까기 시작했다.

동생은 예전부터 귤은 껍질을 까기 귀찮아서 안 먹는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렇게 껍질을 까 놓으면 식구들 중 누구는 먹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깐 귤은 반으로 갈라서 밀폐용기에 나란히 채워뒀다.

아깝게 버려질 뻔 했던, 상하기 직전의 귤들을 내가 구해낸 것 같은 생각에 뿌듯하게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엄마에게서 들은 말은 이랬다.


"네 동생이 어제 집에 들어와서 네가 까서 락앤락에 예쁘게 넣어놓은 귤을 보고 하는 말이,

와... 엄마, 누나 진짜 미친놈 아니야? 라더라."


이유를 들어보니 동생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내 동생은

1. 일단 귤을 까는 걸 싫어한다. 나도 귤을 까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먹고 싶은 욕구와 맛있음이 귤 껍질 까기의 귀찮음을 이긴다.


2. 오래된 과일은 먹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갈변한 사과나 복숭아, 겉이 조금 무른 딸기나 포도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반면에 나는 과일이면 일단 입에 넣고 본다.


3. 집에 오래된 귤이 방치되어 있다고 한들 그걸 깔 생각은 하지 않는다.


4. 혹여나 깠다고 하더라도 밀폐용기에 줄을 맞춰서 넣지 않는다.


이 4가지를 떠올린 후 다시 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내 행동이 정말 특이하게 느껴질 만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동생과 나는 정반대인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서로를 보면서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내가 까놓은 귤은 아무도 먹지 않아서 그대로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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