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있잖아.
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언니의 언니가 이 집에 살았대.
그리고 얼마 전까지 우리 언니도 이 집에 살았지.
우리 언니 말로는
언니의 언니가 이 집을 언니에게 주었고,
이제 언니가 나에게 이 집을 물려줄 거래.
그래서 나도 이 집에서 살아보기로 했어.
무엇보다 엄마가 이 집을 무척 좋아하거든.
언니들이 살았던 이 작은 집에
내가 들어가 살고 있는 게 너무 예쁘다나 뭐라나?
엄마가 계속 웃고 있는 게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나도 이 집이 꽤 마음에 들어.
집 소개를 잠깐 해 볼까?
먼저, 여기는 언니들의 무릎이 살던 방이야.
동그맣고 오목한 게 참 예쁘지?
그리고, 여기는 언니들의 손이 살던 방이래.
난 있지, 이 방이 제일 재밌어.
여기 동그란 창문들이 보여?
엄마가 그러는데
이 창문은 언니들이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놓은 거래.
내가 열심히 놀다 보면 더 큰 창문이 될 거라네?
정말 재미있지 않아?
그래서 나도 열심히 놀아보기로 했어.
나 잘 할 수 있겠지?
아 참! 엄마가 그러는데
이 창은 닫지 않는 게 좋겠대.
언니들이 함께 내어 놓은 창이라서
닫을 수가 없대.
너무 이뻐서 그냥 열어놓고만 싶대.
그래. 우리 엄마가 좋다는데 뭘 어쩌겠어.
그냥 열어두기로 하지 뭐.
이쁘기도 하고, 또 바람도 잘 통하잖아.
나쁠 건 없지 뭐.
정말 이 집은 내가 살기에 딱이야.
손이랑 무릎도 자기 방에 쏙 들어가 있잖아.
작은 창문이 있으니 답답하지 않은거지.
이건 분명 사랑이야.
나를 향한 언니들의 사랑.
나를 위해 내어 놓은 이 창문들을 보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나는 언니들의 이 집이 꽤 마음에 들어.
언니들이 지어 놓은 집이라 더욱 그래.
사과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이 집을 입고 나들이를 갈 거야.
언니랑 같이 사과꽃을 보러 갈 거야.
언니가 지어준 집을 입고
예쁜 봄을 보러 갈 거야.
으응?
언니, 괜찮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창문은 닫아줄 거래.
외출할 땐 창문 닫는 거라네?
:)
언니의 옷을 물려 입은 예래의 모습이
참 예뻐서 동화로 만들어 봤어요.
물려 입은 옷에는 언니의 시간들이
예쁜 흔적으로 남아있네요.
작은 구멍 안에 담긴 그 이야기가 정겹습니다.
곧 다가올 봄에
사과꽃을 보러 갈 때는
예쁘게 바느질을 해 줘야겠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