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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an 31. 2021

그렇게 언니가 된다

일렁이는 마음들




둘째 예래가 태어나고

첫째 예람이는 언니가 되었습니다.

올해 여섯 살이 된 예람이는

제법 '언니의 말'을 잘 구사하지요.



예래야~

언니가 해 줄까?

∴∵∴



예래야~

언니가 놀아 줄까?

∴∵∴




동생 얼굴이 있는 저~기 아래까지

요렇~게 자세를 낮추고는

꽤 다정한 말들을 건네네요.

사뭇 진지한 그 표정에

보고 있는 엄마의 마음이 작게 일렁입니다.




쓸쓸한 저 뒷모습을 보라...




마음이 일렁이는 이유는

다정한 '언니의 그 말'이 흐뭇해서이기도 하고요.

뒤따라올 '동생의 그 말'이 걱정돼서이기도 해요.



세 살 예래는 감정을 숨기는 법이 없습니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지요.

그리고 아주 단호합니다.



예를 들어,

혼자 놀고 싶은데 언니가 말을 걸었다!

그러면 바로 공을 날립니다.

직구예요.




가 ! ! !

(예래야, 안돼~~~~~~!!!그 말만은 제발~~)




아...

언니 마음으로 날아온 이 차가운 공.

그때 큰 아이의 그 쓸쓸한 표정이란...



언니 아프다...

보는 엄마는 더 아프다...




나는 엘사... 너는 백설... 가깝고도 먼 우리 사이~





우리의 다정한 언니,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물어보는데요.




퍽 ! ! !

(예래야. 넣어둬...그 손 제발 넣어둬...ㅠㅠ)




이번엔 진짜 공이 날라오네요.

돌직구입니다.

손가락 다섯 개 달린 이 작은 공이 꽤 아파요.



언니 진짜 아프다...

엄마 진짜 무안하다...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을, 몸에 취하고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을, 말에 담았건만




동생 !!!

너 진짜 이러기니 ?

흥 칫 뿡- 뿡- 뿡- !!!





둘이 마음이 잘 맞을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아서...




여섯  예람이는 이렇게 언니의 마음을 배워갑니다

다정하게 건네는 말속에서,

속상한 마음을 꾹 참고 다시 건네보는 말속에서,

오늘도 부지런히 언니의 마음을 연습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저도 엄마의 마음을 연습하게 되네요.

안쓰럽고, 대견하고, 조마조마한 그 순간들을

아이들과 함께 연습합니다.



세 살 예래는 무슨 마음을 연습하고 있으려나요?

천진난만함과 자유로움이겠지요?

연습이 필요 없는 그 마음은

있는 그대로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매일매일 마음을 연습합니다.

그렇게 언니가 어 갑니다.

그렇게 엄마가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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