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마음들
둘째 예래가 태어나고
첫째 예람이는 언니가 되었습니다.
올해 여섯 살이 된 예람이는
제법 '언니의 말'을 잘 구사하지요.
예래야~
언니가 해 줄까?
∴∵∴♥
예래야~
언니가 놀아 줄까?
∴∵∴♥
동생 얼굴이 있는 저~기 아래까지
요렇~게 자세를 낮추고는
꽤 다정한 말들을 건네네요.
사뭇 진지한 그 표정에
보고 있는 엄마의 마음이 작게 일렁입니다.
마음이 일렁이는 이유는
다정한 '언니의 그 말'이 흐뭇해서이기도 하고요.
뒤따라올 '동생의 그 말'이 걱정돼서이기도 해요.
세 살 예래는 감정을 숨기는 법이 없습니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지요.
그리고 아주 단호합니다.
예를 들어,
혼자 놀고 싶은데 언니가 말을 걸었다!
그러면 바로 공을 날립니다.
직구예요.
(예래야, 안돼~~~~~~!!!그 말만은 제발~~)
아...
언니 마음으로 날아온 이 차가운 공.
그때 큰 아이의 그 쓸쓸한 표정이란...
언니 아프다...
보는 엄마는 더 아프다...
우리의 다정한 언니,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물어보는데요.
(예래야. 넣어둬...그 손 제발 넣어둬...ㅠㅠ)
이번엔 진짜 공이 날라오네요.
돌직구입니다.
손가락 다섯 개 달린 이 작은 공이 꽤 아파요.
언니 진짜 아프다...
엄마 진짜 무안하다...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을, 몸에 취하고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을, 말에 담았건만
여섯 살 예람이는 이렇게 언니의 마음을 배워갑니다
다정하게 건네는 말속에서,
속상한 마음을 꾹 참고 다시 건네보는 말속에서,
오늘도 부지런히 언니의 마음을 연습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저도 엄마의 마음을 연습하게 되네요.
안쓰럽고, 대견하고, 조마조마한 그 순간들을
아이들과 함께 연습합니다.
세 살 예래는 무슨 마음을 연습하고 있으려나요?
천진난만함과 자유로움이겠지요?
연습이 필요 없는 그 마음은
있는 그대로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매일매일 마음을 연습합니다.
그렇게 언니가 되어 갑니다.
그렇게 엄마가 되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