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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Dec 10. 2020

밤의 자세

작은 사람은 왜 앉은 사람이 되었나요?




밤의 자세




하나, , ,

모두 누웠다.


하나, 둘, 셋, 넷

눈을 감는다


넷이었던 하나가

두 눈을


하나, 둘, 셋, 넷

다시 잠든다


넷이었던 하나가

엄마 위에


누운 사람 배 위에

앉은 사람 하나


이거 뭔가 이상한데


하나, 둘, 셋, 넷

자다 말고

우리 함께


두 눈을



                                                                                                                                                                                                                                                                                                                   

작은 사람은 잘 때가 제일 예쁘지~




밤의 자세란 바닥에 등을 대고 눕는 것.

눈도 닫고, 입도 닫고, 귀도 스르륵 닫히는 것.

이 익숙한 밤의 풍경에 이상한 사람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밤은 깜깜하고, 조용합니다.


큰 사람 둘은 작은 사람들이 잠들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지요.

아! 작은 사람 1이 먼저 잠들었네요.

성공입니다!

이제 작은 사람 2만 잠들면 됩니다.


잔다

잔다

잔다

잔다


안 잔다....


작은 사람 2가 갑자기 깜깜한 밤을 가로지르며

저벅저벅 걷기 시작합니다.


뭐지요?

여기 모두 누운 사람들인데,

왜 저 작은 사람은 갑자기 걷는 사람이 되었나요?

왜 걷다 말고 엄마 배를 뒤로하고,

자세를 가다듬고 있나요?


털썩!

헙!


누운 사람 배 위에 궁둥이를 깔고,

돌연 앉은 사람이 되었네요.

밤의 새로운 자세를 만들어 내고 계십니다.


뭔가 이상하고,

또 뭔가 굉장히 웃긴

이 밤의 풍경은 도대체 뭔가요.


밤은 깜깜하고, 조용합니다.


아~


앉은 사람이 노래를 시작하네요.

노래도 부르시게요....?


분명 뭔가 이상한데,

또 뭔가 굉장히 신선하군요.

창의로운 밤의 자세입니다.


배게 속으로 웃음을 쿡쿡 박아 넣고,

앉은 사람이 누운 사람이 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뭔가 이상한 우리들의 작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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