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기적이란
꼬치구이는 뭐든 다 맛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아마 이건 내 견문이 좁은 탓이리라. 그러나 먹어본 바로는 참새구이도 살이 너무 적다는 걸 제외하면 맛이 괜찮았고, 심지어 파인애플 구이도 토마토 구이도 맛있었다. 참고로 파인애플과 토마토 꼬치 구이를 만든 건 정원이 딸린 집에 살던 친구 집에서 열린 포틀럭 파티였는데, 미국 중산층이 왜 걸핏하면 앞마당에서 뭘 구워먹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이벤트였다.
그러나 역시 꼬치 삼대장은 닭꼬치와 떡꼬치와 양꼬치 셋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중에서 하교길 영양간식으로 친숙한 닭꼬치와 떡꼬치 모두 나는 애정했지만, 지금은 식사에 더 적합한 양꼬치 이야기를 하자.
양꼬치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축제였다. 내가 다닌 대학은 축제만 했다 하면 본격적인 외국 문물이 범람하는 특성을 지닌 터라 샤슐릭이 인기였던 것이다. 축제 음식이 대체로 이것저것 돌아다니며 먹다 보면 별로 먹은 건 없는데 돈은 왕창 깨지고 배는 헛헛하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 와중에 가격만큼 크고 모양도 강렬했던 샤슐릭은 꽤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매캐하고 뜨겁고 고기의 생생함이 약간 과했던 감은 있으나 맥주와 함께 즐기기에 부족하진 않았다.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전문가가 방금 막 불가에서 구워온 양고기라는 신선함이 특히 만족감을 주었다. 불기운을 띤 음식은 언제나 기쁨을 주기 마련이다.
이후로 양꼬치를 다시 먹어보게 된 건 대략 10년쯤 지난 뒤였으니, 내가 비일상적인 식사를 하는데에 얼마나 인색한지 짐작할 만하다. 아무튼 후배 한 명이 유학을 가기 전 환송회를 열었을 때 남들이 시키는 대로 적당히 먹게 된 것인데, 이때의 기억은 상당히 흐릿하다. 지삼선 등등 다양한 요리를 무더기로 처음 맛본 탓에 무엇 하나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많아 왁자지껄 했으니 요리 맛을 마음 깊이 즐기고 말고 할 겨를이 없기도 했다. 흔히 비싼 음식은 회식 같은 자리에서 먹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집중력을 해치는 요소가 많을 수록 맛이 흐려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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