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행하다
행복은 늘 찾기 힘들다 '꿈의제인'

by 성운

인디영화의 No.1 배우는 구교환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잘 생겼고 주위에 한 명쯤 왠지 있을 것 같은 외모, 독특한 목소리, 이상한 세계에서 살아왔을 것 같은 행동들은 영화에서 보는 구교환의 외면이다. 이런 그가 맡는 배역의 대사는 구교환을 더 구교환스럽게 만들어버린다. 마치 모든 시나리오 작가가 구교환을 캐스팅한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대사를 미리 써 놓을 수 있고 아니면 시나리오를 자신에게 맞게 고쳐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실제의 구교환이 어떤지 당연히 모른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건 그가 그런 독특한 영화에 정말 좋은 배우라는 것이다. 처음 구교환을 알게 된 건 영화 <꿈의 제인>이었다. 영화는 계속해서 물음표로 진행된다. 나는 이 물음표를 위해서 모든 두뇌를 풀가동했고, 영화 내내 답답함과 안쓰러움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그랬던 내가 결국엔 어떤 무엇도 탓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별점 5점을 왓챠에 남겼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재에 있고,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허를 찌르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나는 제인(구교환)이 처음 언급했던 행복과 불행을 뽑고 싶다. 아니면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숨겨둔 메시지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었을까, 이런 궁금함을 통해 영화를 따라가 봤다.


같은 나이 때가 여럿이 모여 하나의 같이 살 공간을 만든다. 아마도 그들은 가출, 또는 고아 아니면 어떤 무언가의 마음 때문에 살고 있을 것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나는 그들에 속해 있지 않아서, 속할 마음이 없어서 저럴 수도 있구나를 아무래도 공감할 수 없다. 다만 그 안에서도 인간관계, 갈등이 존재하니 그런 일부에 해당하는 비슷한 경험들에선 공감할 수 있을 뿐이다. 영화는 내게 완전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제 삼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게 된다. 팸을 찾아서 다니는 미성년자들과 그 안에서 적응과 부적응의 존재는 서로의 힘을 맞대며 살아간다. 그 곳은 더 가진 자, 더 힘이 센 자가 권력을 잡는 원시부족사회였다.


이런 불편함으로 얼룩진 자리에도 소속되고픈 마음이 자리 잡는 소현(이민지)은 팸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무기력한 거짓말을 무기로 삼는다. 사람들은 각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무기를 지닌다. 누군가는 힘, 누군가는 자존심, 그리고 누군가는 협박을 통해서 또는 굴복하면서 사는 다양한 인간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재능이 있다고 하는데 그 재능을 그저 살아남기 위해 1차적으로 소모 된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불편함이 있는 영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은 현실에서 벗어 날 생각을 하지 않고, 늘 당하고 있다. 정답은 저 멀리 있는데 답이 없는 현실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도망가는 법을 모르는지, 도망칠 생각도 못하는 건지 마치 어렸을 적부터 발목이 고정된 학습된 코끼리처럼 무력하게 살아간다. 그런 이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어른은 존재 하지 않는다. 그저 꿈일뿐이다. 계속해서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불행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또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적들이 계속 생긴다. 더 강해지고 더 악랄해지고 난폭해진다.


분명 90년대 구악당은 그랬지만, 지금 신악당은 그렇지 않다. 악당인 줄 알았는데 자신 나름대로의 정의도 있는 멋진 놈이고 또 자신보다 더 나쁜 악악당과 싸우기도 한다. 이것만이 아니라 어떨 때는 그런 악당의 휴머니즘이 느껴져서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잠깐 악당을 응원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의미를 붙이면 악당도 하나의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악당이라고 해서 정의가 아니다. 그래서 말이지만 이런 영화가 더 매력적인 이유에는 주인공은 무조건 착하고 그를 괴롭히는 건 나쁜 악당이 아닌게 마음에 들었다. <꿈의제인> 소현은 답답할 정도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니까 어떤 팸에 들어서 자신은 적응도 해야 하고, 그들과 어울려 정말 가족같이 지내고 싶다는 1차적 소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소망을 밟는 건 역시 악당의 역할이다. 주인공의 1차적 소망을 철저히 뭉개 뜨려 버리는 악당들로 인해 소현은 계속 무기력한 거짓말과 방관으로 자세를 취한다.


도와줄 사람도 있었고, 몇 번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찬스도 있었다. 다만 자신이 깨닫기 전에 그 상처는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아픈 병을 키웠다. 상처를 입은 사람의 마음, 그 마음은 어디쯤에서 어디쯤까지 어느 만큼이나 아픈지 모른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이 과연 쉬운일일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마음은 늘 어딘가에 머물러 있겠지만 감정의 높낮이는 다르기 때문에 헤아려 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존재하지 않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런 소현에게 꿈을 꾸게 해준건 제인(구교환)이었다. 제인은 소현이 바라왔던 이상적인 팸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그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들어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까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줄 수 있고, 또 그런 진솔한 이야기에 보답하 듯 진실한 이야기로 말해 줄 수 있는 관계의 형성. 그런 팸을 어쩌면 바라고 바랬을지 모른다. 그때는 소현이 가지고 있는 무기력한 거짓말은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점차 무기의 힘이 사라질 것이다.


집과 가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현재 사회가 가지는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무력한 이기심이 만드는 거짓말. 그 거짓말은 무력해서 어떤 힘도 없고, 쉽게 어떤 악에 끌려다니게 된다. 힘이 있다면 오히려 더 무서운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소속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늘 불안하며 외로운 존재가 된다. 우리는 평생을 불행해하다 가끔 행복은 찾곤 하지만 그 순간은 짧고 순간적이다.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집착이 되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소현이 영화 내내 행복했던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제인과 함께 있던 모텔에서 제인이 소현의 발을 보고 불편하지 않니라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질문을 했던 적이 있다. 소현이 대답하기로는 모두가 발이 불편하지 않니 정도는 했는데 그 이후의 질문은 처음 받아본다고 하면서 자신에 대한 관심의 표현을 만족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소현은 그런 제인이 필요했다. 충분한 사랑이 필요했던 존재, 그 존재에 끝없이 따라다니는 불행이 꿈의 제인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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