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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Aug 15. 2023

내가 보고 싶은 것들

비둘기는 알까? 기웃기웃 거리는 걸 보고 있으면 쫓아내고 싶기보다는 피하고 싶다는 걸. 비둘기마다 삶이 있을 텐데. 애써 피하고는 있지만 비둘기는 무언가를 바라는 듯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부산으로 가는 기차는 20분이 남아 있었다. 나는 햄버거를 한 번에 반을 씹었고 단숨에 콜라를 반이나 마셨다. 평소에 먹지 않는 아침은 왜 기차역만 오면 먹고 싶어 질까? 햄버거를 다 먹어 갈 때쯤엔 콜드플레이의 Yellow가 나왔다.


[Look at the stars.]


10분 전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닌데 흥얼거리며 KTX 부산 플랫폼으로 향했다. 열차의 번호를 확인하고 올라서서 문을 열었다. 조금 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이다. 방금 전까지 귀찮게 구는 비둘기와, 조금 전에 있던 햄버거와 콜라 대신 내 눈앞엔 노트북이 켜져 있다. 나는 빈칸을 채워야 하는 한글을 실행시켰다. 그때쯤 십센치의 Help가 나온다. 나는 또 마음속으로 흥얼흥얼.


[Somebody help.]


쓰던 글을 이어서 쓰는데 이어서 쓰고 싶은 부분보단 썼던 글을 수정하고, 내용을 덧붙였다. 썼을 때 몰랐는데 어색했던 부분들이 꽤 발견되었다. 나는 내용을 덧 붙이면서 계속해서 수정을 했다. 광명역을 지나자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나는 잠깐 노트북을 끄고 노래를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잠을 잔 건 아니지만 잠을 잔 것 같이 느껴졌다. 잔나비의 Wish가 나온다. 나는 눈을 감으며 흥얼흥얼.


[Wish that you were here.]


얼마나 잤을까, 잠에서 깰 때쯤 분명 소란의 노랜데 처음 듣는 듯한 노래가 나왔다. 눈을 뜨기 싫어서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기억했다가 무슨 노래인 지 검색해 봐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괜~찮아 어디로라도 가도 좋아.]


나는 속으로 흥얼거리며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부산은 이제 1시간 정도가 남았을 것이다. 나는 다시 노트북을 열어 아까 쓰던 글을 켰다. 내 글 속의 주인공은 살아 있는 듯, 죽은 듯 생명을 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손가락으로 다시 깨워야 한다. 곧 그를 깨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부자연스러운 글을 수정하면 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일까? 아니면 만족도가 높아지는 걸까. 내 글이 재밌을까? 기성 작가들의 개연성처럼 납득이 될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언제쯤 메꿔질까. 나는 다시 속으로 흥얼흥얼.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 그 맘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노트북을 닫고 다시 눈을 감는다. 이제 부산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눈을 감을 것이다. 부산에 도착하면 맛있는 점심을 먹어야겠다.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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