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13년을 넘기면서, 나의 회사 생활을 뒤돌아보면서 스스로 평가하자면 낯뜨겁지만 성실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꼰대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아침일찍 회사에 출근했고, 내 기억엔 9시라는 내 마음 속의 출근 시간을 넘긴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영업사원으로써 매주 나주와 대구, 대전의 고객들을 만나고자 노력했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그거 밖에 없없다라고 판단했었다. 고객에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난 먼 대구와 나주에 있는 고객들을 매주 찾아뵈었었다. 나름 큰 회사의 영업 사원인 내가 매주 자신들을 찾아주니, 고객들도 마음을 열어주셨다. 그렇게 고객들의 팀회식에도 종종 참석하고, 두루두루 고객사의 사정을 알아가는 것이 나에겐 기쁨이였다. 그러다보니 고객분들은 꼭 우리 제품이 필요치 않은 프로젝트에도 우리 제품을 규격에 넣어주시고, 서로에게 신뢰를 만들어갔다. 그때 나는 영업 사원으로써 오로지 숫자와 고객만 생각했다. 나머지 일들에 대해선 메일이 와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영업 지원 부서에서 하겠지라는 생각에 내가 그 일을 알게되면 신경쓰게 될 게 두려워,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 말고도 우리 팀엔 많은 팀원들이 있었고, 우리 팀을 지원하는 부서들도 따로 있어서, 내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니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옮겨 이제 스타트업이라는 회사를 오고 나니, 사정이 달라진다. 이제 다 나의 일이다. 내가 신경쓰지 않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팀들이 한국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하는 것도 내 몫이고, 한국의 이슈들을 풀게끔 지원을 받는 것도 내몫이다. 그 지원을 받는 동안의 커뮤니케이션도 물론 내가 해야할 몫이다. 마케팅, PR, 제품기술이슈, 영업, 파트너 지원, 고객 컴플레인 등등 내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1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근데 불만이 생기질 않는다. 지금도 거의 매일 본사와 어떠한 한국의 이슈를 풀기위해 우리 시간으로 아침일찍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고 있다. 원래같으면 엔지니어가 해야할 콜이지만, 한국인 엔지니어가 없기에 내가 지원을 하고 있다. 무척이나 생소한 기술 용어와 이해도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대화가 어렵지만, 일단 우리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고 풀어주려는 본사 엔지니어가 고맙다. 지금의 이 관심이 꺼지지 않게 나는 지원을 잘해서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렇게 열정적인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 출장을 가게 되면, 하루에 4건 이상의 고객 미팅을 소화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많은 고객 미팅을 하고 싶다. 고객분들께 우리 제품의 value를 알리고 싶어서, 이 좋은 제품을 모르시는 분들이 손해를 보시는 것 같아서다. 얼마 전 대형 제조회사의 디자인팀분들 50여명을 전부 모시고, 미팅을 하면서 우리 제품의 기능에 디자이너 분들이 탄성을 질렀을때 나도 기분이 좋아 탄성을 지를 뻔 했다. 대학의 전산 담당자분들과 열띤 미팅을 하고 나와서 이동 중에, 고객 담당자분의 구체적인 질문의 전화는 미팅동안 힘들었던 부분을 다 잊게 해준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미팅을 하면서, 그 분들의 주요 업무에 대해 배우고, 제안할 기회를 주시는 것에 감사했다. 신규 파트너분들과 미팅할때도 우리 비즈니스의 대한 가능성에 대해 공감하시고, 투자를 결정해주시고 기존 파트너분들이 제품에 대해 큰 애정을 보여주셔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
다행히도, 새로 일을 시작하면서, 첫번째 분기의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첫시작을 잘한만큼, 계속 이러한 열정을 잘 유지해서, 본사의 투자 및 관심을 받아, 한국 비즈니스가 승승장구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