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클래식 의복에 있어 패션은 명징한 단어인가. [삶의 해석] 프리뷰.
[패션(Fashion)]이란 무엇인가?
이 단어는 어디서 왔으며,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며, 의복이라는 세상이 갖고 있는 모든 정서, 역사, 의미, 사회, 인문학, 인류학, 분류 등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인가?
거시적으로 보자면, 그리고 [패션]이라는 단어를 걸고 발간된 책을 보자면 이는 상당히 가능한 단어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우리의 사회가 이야기하는 -명징하게 분류되지는 않는- 남성 클래식 의복에서는 패션이라는 단어가 맞지 않는 패션 같다 판단한다.
그럼 일단 패션과 그 유의어인 스타일의 사전적 의미들을 살펴보자.
패션(fashion)
명사.
1.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
2. 새로운 양식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Fashion
Noun.
1. a popular style of clothes, hair, etc. at a particular time or place; the state of being popular
2. the business of making or selling clothes in new and different styles
3. a popular way of behaving, doing an activity, etc.
word origin : Middle English (in the sense ‘make, shape, appearance’, also ‘a particular make or style’): from Old French façon, from Latin factio(n-), from facere ‘do, make’.
출처 - Oxford Dictionary
스타일(Style)
명사.
1. 복식이나 머리 따위의 모양
2. 일정한 방식
3. 문학 작품에서 작가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나 구성의 특질
4. 미술 건축 음악 문학 따위에서, 어떤 유파나 시대를 대표하는 특유한 형식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Style
Noun
1. the particular way in which something is done
2. a particular design of something, especially clothes
3. the quality of being fashionable in the clothes that you wear
4. the quality of being attractive and made or done to a high standard
5. the features of a book, painting, building, etc. that make it typical of a particular author, artist, historical period, etc.
word origin : Middle English (denoting a stylus, also a literary composition, an official title, or a characteristic manner of literary expression): from Old French stile, from Latin stilus. The verb dates (first in sense (2)) from the early 16th cent.
출처 - Oxford Dictionary
이 모든 단어의 한글, 영어 뜻을 살펴본다면 몇몇 중심 단어들을 추출할 수 있겠다.
그것들은 특정 시간, 특정 장소, 특정 디자인, 유행, 비즈니스, 복합적인 품질이다.
특정 시간과 장소는 크게 역사로 분류가 가능하고, 특정 디자인과 유행은 크게 문화로 분류 가능하며 디자이너라는 카테고리를 파생시킬 수 있다.
비즈니스의 경우 말 그대로 비즈니스와 그 안에 담긴 수많은 브랜드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회심리학적인 이야기가 가능하겠고, 복합적인 품질은 원단 등의 세부적인 이야기에서 비즈니스까지 확장시킬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카테고리들에 있어 남성 클래식 의복은 어디에 배치되는 것이 맞는가.
접근법을 두 가지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는 남성 클래식 의복의 범주에 들어 있는 옷 하나하나의 역사-혹은 문화-를 꼽을 수 있겠고, 둘째로는 인간이 그것을 즐기는 행위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접근법의 경우에는 너무나도 간단한 역사 이야기이다.
우리의 역사는 시대로 구분이 되며 그 안에서 근대의 경우 약 10년을 기준으로 의복을 구분 짓는다.
이는 시대적인 의복의 모습을 보여주며, 의복에 있어 문화와 그 시대의 경제 그리고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이것이 현대까지 넘어오게 되면 디자이너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두 번째 접근법의 경우에는 복합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거시적으로 두 가지로 나누고 싶다.
물건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나, 아주 큰 카테고리로 분류를 하자면 사치와 삶이다.
사치의 경우에는 의복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이용가치 이상의 무언가에 가치 투자를 하며 만족을 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명품을 향한 소비에만 비치지는 않는다.
클래식이라는 범주에서도 마찬가지이다.-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르네상스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오는 길고 긴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현재 글의 방향성과는 약간은 다르기에 나중에 다른 주제를 다루는 글에서 상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치를 담당하고 있는 인간의 심리와 회사들의 가치가 아니다.
내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두 번째인 [삶]의 부분이다.
현재 일상복에서 여성복과 남성복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나는 “상업과 비상업”이라는 말로 정리하고 싶다.
사실 여성복은 일관적이다.
고대의 의복부터 현대의 의복까지 엄청난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그 일관성은 디자인과 상업의 공존이다.
사실 이는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9세기 남성의 의복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비상업의 면모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성의 옷은 검소해졌고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킨 새로운 사회는 남자들을 새로운 일터로 내몰았다.
그렇다면 여성복은 어떠한가.
여성의 일상도 과거와는 다른 면이 많았고, 빅토리아 시대가 끝나며 일어난 여성 혁명은 여성을 사회뿐 아니라 의복의 자유의 물결과 사회로 이끌었다.
하지만 남성과 같이 다양한 범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광산업이라던가 어업과 같은 더욱 거친 일이 남성들에게 많았다.
남성들은 이러한 삶 안에서 살아남으려, 몸을 보호하려 의복을 입었고 남성복은 그 안에서 진화하였다.
이뿐 아니라 20세기, 남성들은 과거와는 다른 전쟁을 치른다.
1, 2차 세계대전은 무기의 발전과 더불어 의복의 발전도 무수히 이루어졌다.
전쟁의 의복들은 전쟁 후에 일반 사회로 흘러 들어왔고, 대부분의 남성들이 전쟁을 치렀기에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고 전쟁의복 특유의 단단함으로 많은 남성들이 전쟁 후에 일상의복으로 착용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우리가 지금 빈티지라고 분류하거나 복각하여 판매되거나 많은 남성복들의 원형이 되는 다수의 의복은 남성들의 일터나 전쟁터 혹은 아웃도어에서 온 것이다.
의복 태동의 가치가 전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들과는 방향성이 달랐던 수트는 어떠한가.
수트 또한 어떤 의미로 보면 마찬가지이다.
진정한 수트는 사회적으로 해석하자면 복합적인 의복으로, 전 계층의 대통합을 일으킨 위대한 의복이다.
그것 또한 사회에서 남성을 이끌었고, 이끌고, 이끌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는 삶을 벗어난 패션의 수트인 주트(zoot)수트의 쓸쓸한 말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수트라는 대단한 이름을 빌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벗어나 패션으로 남은 이상 그것은 한 시대의 문화밖에는 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남성 클래식 의복을 해석해 보자.
남성 클래식 의복은 박물관에 디자이너의 이름이 붙어 걸리기 위해 역사적인 의복이 아니다.
남성복 중 클래식으로 불리우는 것들은 일터, 전쟁 등 일상에서 입기 위한 것들이 아닌, 특수 상황에서 입던 것들로 시작했으며 그것이 일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결국엔 클래식 남성복은 남성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삶의 최전선에서, 정치사회의 최전선에서 남성들을 지켜주며 이어져온 것들이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에서 정의한 [패션], [스타일]로는 설명이 불가하다고 사료된다.
위의 단어들로 다시금 설명하자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이 힘은 특정 시간이라 하기도 애매하며, 특정 장소로 국한되지도 않으며, 특정 디자인의 발생도 아니며, 유행도 아니고, 비즈니스는 더욱이 아니며, 복합적인 품질을 명징하게 나타내지도 않는다.
사견이지만 패션과 스타일은 글자 그대로의 [멋], [시대의 가치관]을 추구하지만 진정한 남성 클래식 의복은 그렇지 않다.
패션은 사람에게서 나오지만 남성 클래식 의복은 상황에서 나왔다.
남성 클래식 의복은 삶의 최전선의 증명이며 삶에 대한 자신의 증명일 뿐만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본질 그 자체가 가지는 가치의 멋이다.
따라서 이는 패션과는 전혀 다른 인류, 인문학적 해석이 필요하다.
결국 내가 이 진정한 [남성복]을 통하여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패션이란 단어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진정한 남성 클래식 의복은 패션에서 분리된 다른 개념이며, 쓰여진 혹은 쓰여질 역사가 아닌 살아가는 역사임의 역설(力說)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결국엔 남성 클래식 의복 또한 예전세대에 대한 산물이고, 패션의 정의 중 특정 시대에 우리는 그것을 배치시킬 수 있지 않는가?”
맞다.
하지만 틀리다.
특정 시대에 대한 정의는 그 시대로 그 의복의 삶이 다하여야 한다.
사실상 과거의 100년이 현재의 10년과도 같은 느낌인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남성 클래식 의복은 그 특정 세대를 여러 번 걸쳐 지나며 현재까지도 입혀지는 시대를 초월한 무언가이다.
나는 이 주장으로 그 무엇도 평가절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표명하는 멋이, 패션이라는 거대한 단어에 가려 평가절하되고 하나의 콘텐츠로만 소비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콘텐츠로라도 소비가 되어 그 형태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삶의 모습이 의복의 가치와 닮아 있지 않고, 만드는 기업이 삶의 모습과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데 그것이 인간과 의복 간의 획일화가 되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인지부조화의 발현정도로 이는 유행의 종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고, 이것을 시장이 잊었을 때 다시금 역사에서 꺼내 와 거대 기업들에 의해 콘텐츠로 유행이 될 뿐이다.
물론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대패션의 시대에도 그 가치와 만듦새 그리고 삶을 증명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삶과 삶으로 삶을 옮기며 증명하고 삶으로 삶을 만든다.
우리의 삶은 소수의 위대한 삶에 의해 현재 유지가 가능하다.
“우리의 삶의 모습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결국 과거의 남성 클래식 의복은 코스튬에 불과하다.”
라는 주장을 듣는 다면 나는 공감을 할 것이다.
이것 또한 부정할 주장은 딱히 펼치기 힘들다.
삶을 향유하는 모습이 많이 바뀐 지금에 와서 과거의 의복을 입을 이유는 딱히 없고, 그 원형을 찾아 입는다면 그것은 코스튬이 맞으니 말이다.
그러나 코스튬이라는 것은 그것을 표면적으로 따라 하는 것뿐이다.
앞서 말한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남성 클래식 의복은 특정 상황에서 개인의 삶으로 들어왔다.
남성들은 일터에서 입던 의복을 일상에서 입었으며, 전쟁에서 입던 옷을 일상에서 입었다.
절대 패션이 아닌 삶으로 이어왔다는 것이다.
코스튬이라는 것은 삶이 아닌 패션의 범주이다.
누군가 과거의 어떤 의상이나 스타일이 유행한다고 그것을 구매하여 입는다면 그것은 하나의 패션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에 정확히 투영된다면, 나의 모습에 완벽히 투영된다면 그것은 절대 코스튬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광산에 들어가거나 어업을 하기 위해 배를 타는 것이 아니지만 그들이 일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그것을 입고 삶을 책임지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코스튬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자 남성 클래식 의복이 패션에서 벗어나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진 것과 같이 미래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주 조심스럽지만 하나의 사견의 예를 들자면, 클래식 의복 중 왁스드 재킷이 있다.
나는 이것을 메가시티에서 입는 것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갖는다.
이 옷의 강점은 궂은 날씨에서 몸을 막아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개가 자욱한 숲 속이나 강 혹은 약간의 비가 그것이다.
이것은 넓은 정원이 있어 보슬비가 오는 날 다듬으러 나가거나 사냥을 하거나 낚시를 할 때뿐이다.
사실상 메가시티에서는 입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나는 그렇기에 일상이 메가시티에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논왁스드를 추천한다.
추위만 막아주면 되는 메가시티의 삶은 그게 옳다.
그게 아니라면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는 서양 문화의 모습이라면 메가시티에서도 이는 용인된다.
여담이지만 트라이엄프와 왁스드 재킷의 조합도 메가시티에서 허락되어야 하는 조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오리지날리티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의복의 진정한 가치가 내 삶의 모습에서 발현이 되지 않는다면 코스튬에 불과하다.
내 삶이 거기 있지 않는데 의복이 거기 있을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역설하자면, 패션을 벗어난 진정한 남성복이란 무릇 남성 존재의 삶에 대한 증명이다.
그것은 자신이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남성들이 과거부터 이어오고 증명하던 것이다.
삶에 의해 발현된 의복이라면, 삶과 의복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패션은 삶을 절대로 대변할 수 없는 단어이며 우리의 삶의 목표는 패션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감사합니다.
* 이 글 등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으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 본인에게 있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 www.brioni.com
24MAR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