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 마흔 다섯번째 글
창업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오픈빨’이었다.
가게를 처음 열면 손님이 몰려온다. 지인도 오고, 동네 사람들도 구경 삼아 들른다.
새로 생긴 가게라는 호기심이 한몫한다.
그 순간만 보면 누구나 착각한다.
“아,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그러나 진짜 장사는 오픈빨이 끝난 후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내가 상담했던 한 50대 초반 사장님은 카페를 열고 첫 달 매출이 기대 이상이었다.
“생각보다 쉽네요. 역시 카페는 잘 되는 업종인가 봐요.”
그러나 두 달째부터 손님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석 달째는 하루에 몇 팀밖에 오지 않았다.
그는 당황했다.
“왜 갑자기 손님이 안 오죠?”
문제는 갑자기가 아니었다.
오픈빨이 끝났을 뿐이었다.
오픈빨은 일시적인 호기심과 관심이 만든 착시다.
중요한 건 그 뒤에 손님을 붙잡는 힘이다.
첫 방문한 손님이 두 번째, 세 번째로 돌아와야 장사가 굴러간다.
그런데 많은 시니어 창업자들은 초반 성과에 안도하며 ‘이대로 가면 된다’고 착각한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며 크게 흔들린다.
오픈빨 이후가 진짜 시작인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손님의 평가가 본격적으로 쌓이는 시점이다.
처음에는 기대와 호기심으로 찾아왔지만, 다시 올지는 경험이 결정한다.
음식의 맛, 서비스, 청결, 가격 만족도 등 모든 요소가 손님의 머릿속에 점수를 남긴다.
그 점수가 낮으면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
둘째, 구체적인 단골 전략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단골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꾸준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작은 인사, 서비스, 이름을 불러주는 배려가 쌓일 때 단골이 생긴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오픈 이벤트에만 신경 쓰고, 이후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손님은 흩어지고 매출은 곤두박질친다.
셋째, 운영의 피로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오픈 초기의 긴장감과 열정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진다.
체력은 점점 힘들어지고,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해진다.
이 시기에 창업자는 쉽게 집중력을 잃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
손님은 이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오픈빨 이후를 준비하지 않은 가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넷째, 경쟁의 현실과 맞닥뜨리는 시점이다. 초반에는 동네의 호기심으로 손님을 모았다면, 이후에는 인근의 다른 가게들과 비교된다.
“저 집은 더 친절해”, “저기는 양이 많아”, “저 카페는 분위기가 좋아”라는 평가가 시작된다.
그때부터는 브랜드, 경험, 차별화가 없다면 살아남기 어렵다.
나는 상담할 때 이렇게 말한다.
“오픈빨은 공짜 점수일 뿐입니다. 그 점수를 본 게임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살아남는 가게들은 오픈 이벤트가 아니라, 오픈 이후 손님을 붙잡을 시스템을 준비해둔다.
메뉴를 개선하거나, 고객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온라인 리뷰를 관리한다.
작은 쿠폰이나 스탬프 카드도 손님을 돌아오게 하는 장치가 된다.
시니어 창업자에게 오픈빨은 달콤한 덫이 될 수 있다.
초반 성과에 도취되면 현실을 오판하고, 투자금을 더 쏟아붓거나 무리한 확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오픈빨이 끝난 순간부터다.
손님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때부터 무엇으로 손님을 다시 불러올지가 전략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지금,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오픈빨 이후 손님을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내 가게만의 이유가 손님에게 충분히 전달되는가?”
“단골을 만들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오픈빨은 그저 반짝하고 끝나버린 불꽃놀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답을 준비한 사람에겐 오픈빨은 단골을 만드는 기회이자, 장사의 출발점이 된다.
장사는 오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오픈빨의 달콤함을 넘어설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시니어 창업의 길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