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 오십 일곱 번째 글
창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돈으로 망하면 안 되죠. 전부를 걸었는데 실패하면 끝입니다.”
그 말 속에 담긴 두려움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단호하게 대답하곤 했다. “망해도 괜찮지 않다면, 차라리 창업하지 마십시오.”
창업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길이었다.
특히 시니어 창업은 자본도, 체력도, 시간도 젊은 세대보다 제약이 많았다.
그렇기에 실패를 감당할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했다.
나는 여러 현장에서 망해도 괜찮지 않은 창업이 결국 사람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봤다.
어떤 이는 퇴직금을 전부 쏟아부어 음식점을 열었다.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자 불안감이 쌓였고, 가정에 갈등이 생겼으며, 결국 심리적으로 크게 무너졌다.
실패는 단순한 사업의 종결이 아니라 인생의 균형을 깨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나는 망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창업에는 ‘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늘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망해도 괜찮다고 마음을 다잡은 사람들은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한 분은 작은 간이 카페를 열면서 이렇게 말했다. “망하면, 그래도 배우고 경험한 게 남겠지요.
그리고 돈은 생활에 지장 없을 만큼만 썼습니다.”
그는 시작부터 실패를 계산에 넣었기에 여유가 있었다.
실제로 장사는 오래 가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후 소규모 온라인 사업을 시작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었다.
실패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더 빨리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시니어 창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절대 실패할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이었다.
그렇게 되면 모든 판단이 경직된다.
가격을 조정해야 할 때도, 메뉴를 바꿔야 할 때도, 무리한 투자를 멈춰야 할 때도 망설이게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실패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실패를 피하려다 실패를 크게 만드는 역설에 빠지는 것이다.
창업이란 결국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다.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대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이 정도 잃어도 괜찮다’라는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 창업의 무게는 결국 삶 전체를 짓눌러 버린다.
그래서 나는 시니어 창업자들에게 늘 이렇게 물었다.
“만약 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잃게 됩니까? 그리고 그걸 감당할 수 있습니까?”
그 질문 앞에서 대답이 막힌다면, 차라리 창업은 잠시 내려놓는 게 맞았다.
망해도 괜찮다는 말은 무책임한 낙관이 아니었다.
그것은 준비된 태도를 의미했다.
생활비를 따로 확보해 두었는지, 가족과 충분히 상의했는지, 빚을 내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지, 무엇보다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점검해야 했다.
이 모든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만, 창업은 도전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시니어 창업 준비자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다.
창업은 언제나 결과가 반반이다.
성공과 실패,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성공만을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도 무너지지 않을 준비였다.
망해도 괜찮아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결국 창업은 인생의 끝판 승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과정이었고, 때로는 실패조차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그 실패조차 감당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더 현명했다.
인생 후반부의 도전은 무모한 배팅이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택이어야 했다.
망해도 괜찮지 않다면, 창업은 지금 당신에게 맞지 않는 길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용기가, 때로는 가장 큰 지혜였다.
- 멘토 K -